무형문화유산을 둘러싼 선점 경쟁이 거세다. 북한이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먼저 깃발을 꽂으면서 남북 간 문화유산 주도권 경쟁이 다시 불거졌다. 중국이 조선족 농악무를 한국보다 먼저 등재해 논란을 빚은 데 이어, 북한과도 태권도와 한복 등 유산을 놓고 신경전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4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유네스코 평가기구는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와 한국의 ‘한지 제작의 전통 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에 대해 등재를 권고했다. 최종 등재 여부는 12월 5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등재 권고가 뒤집히는 경우는 드물다.
북한은 2024년 3월 태권도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 정부는 남북 공동 등재를 추진하기 위해 올해 3월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라는 명칭으로 신청서를 냈지만, 공동 등재는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는 2018년 남북이 씨름을 공동 등재했던 사례와 대조적이다. 당시 남북은 각각 씨름 등재를 신청했으나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유네스코 사무총장 간 협의 등을 거쳐 공동 등재에 합의했다. 유네스코는 이를 ‘평화와 화해를 위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공동 등재가 어려워진 데 유감을 표하면서도 한국 태권도의 확장 등재 또는 단독 등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확장 등재에는 북한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남북 간 등재 경쟁은 치열하다. 한국이 2012년 아리랑과 2013년 김장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한 데 이어 북한도 각각 2014년 아리랑, 2015년 평양김치 만들기 풍습 별도로 등재했다. 북한은 2024년 한국의 한복 문화와 뿌리를 공유하는 ‘조선 옷차림 풍습’까지 등재했다. 이에 한국에서도 한복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민간 차원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복세계화재단은 2030년 등재를 목표로 ‘한복생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중국과의 문화유산 선점 경쟁은 더욱 첨예하다. 중국은 2009년 ‘중국 조선족 농악무’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했다. 한국의 농악은 5년 뒤인 2014년에야 등재됐다. 당시 국내에서는 중국에 등재 순서를 빼앗겼다는 비판과 함께 정부의 소극적인 문화유산 보호 정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이 한복과 아리랑, 김치 등을 자국 내 소수민족 문화유산으로 지정·관리하는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한국의 한지 문화 역시 중국과 일본보다 뒤늦게 등재를 앞두고 있다. 중국은 2009년 ‘선지 제작의 전통 수공예 기술’을, 일본은 2014년 ‘일본의 수제 종이 제작 기술’(화지)을 각각 등재했다.
다만, 2008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체계가 도입되면서 한 국가가 여러 유산을 신청할 수 있다. 중국이 조선족 농악무를 등재했을 당시 문화재청 측이 "중국이 농악무를 등재시켰다 해서 한국이 등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한 배경이다. 한국 농악은 중국보다 5년 늦은 2024년 별도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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