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하나는 끝내 '오디세이'를 보지 못했다. 이왕이면 '제대로' 보겠다며 두 달 넘게 CGV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이른바 '용아맥' 예매 창을 들락거렸지만 표 한 장 손에 넣지 못했다. 결국 '오디세이'를 떠나보냈다며 못내 아쉬워했다.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보려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면 더 오래 걸어두면 될 일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수 없었다. '오디세이'는 지난달 20일 용아맥에서 내려왔다. 개봉 77일 만이다. 관객이 등을 돌린 것도 아니었다. 업계에 따르면 상영 기간 객석률은 90%를 웃돌았고, 마지막 날에도 80%를 넘겼다. 이튿날부터 그 자리엔 한국영화 '실낙원'이 아이맥스 포맷이 아닌 일반 디지털 버전으로 걸렸다. 말하자면 '아이맥스 없는 아이맥스관'이다. '실낙원'을 탓할 일은 아니다. 애초에 아이맥스관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그 영화가 그 자리에 걸린 사정은 영화 바깥에 있다.
발목을 잡은 건 스크린쿼터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극장은 연간 상영일수의 5분의 1(73일) 이상을 한국영화로 채워야 한다. 이 의무는 극장 전체가 아니라 상영관마다, 특별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난달 26일 기준 용아맥이 채운 일수는 40일. 33일이 남았다. 12월 '어벤져스: 둠스데이', '듄: 파트3' 같은 대작이 오기 전에 날짜를 채워야 한다.
극장은 공들여 만든 특별관을 일반관처럼 돌리고, 관객은 보고 싶던 영화를 놓친다. 정작 보호받아야 할 한국영화는 '날짜 채우기용'이라는 꼬리표를 단 채 빈 객석을 마주한다. 한 극장 관계자는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객은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보고, 투자해 만든 상영관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스크린쿼터의 공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할리우드 직배 영화가 스크린을 장악하던 시절, 이 제도는 한국영화의 숨통을 틔웠다. 다만 73일 기준이 자리 잡은 건 2006년이다. 20년 사이 극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특별관은 그 자체로 하나의 관람 포맷이 됐고 관객은 무엇을 볼지만큼 어디서 볼지를 고른다. 반면 그 포맷을 채울 한국영화는 줄었다.
해법은 현장에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 보호 취지엔 동의한다"면서도 "상영관별로 따질 게 아니라 극장 전체를 기준으로 의무를 매기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의무의 총량은 지키되, 특별관에서 덜 채운 만큼 일반관에서 더 채우자는 이야기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면 고쳐 입으면 된다. 산정 단위 하나만 바꿔도 관객은 보고 싶은 영화를, 극장은 제 기능을 하는 특별관을, 한국영화는 저를 찾는 관객이 앉은 스크린을 얻는다. 지금 그대로라면 올겨울에도 누군가는 보고 싶은 영화를 끝내 떠나보내고 누군가는 빈 객석을 향해 영화를 틀 것이다. 내 지인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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