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는 넓게, 입증은 빈틈…특검이 놓친 비상계엄의 연결고리

  • 군인 8명 무죄…가담 인식 입증 못해

  • 명령·행동 사이 공백, 추가 기소도 부담

2차 종합 특별검사팀(권창영 특별검사)이 내란 가담 혐의로 군인들을 추가 기소했지만, 정작 누가 무엇을 알고 실행했는지 설명하는 데서부터 제동이 걸리고 있다. 앞선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이 기소한 군 지휘관 8명은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비상계엄 동원 사실과 개인의 내란 책임 사이를 연결하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회동 참석과 병력 출동, 그 사이 빠진 증거
비상계엄 당시 롯데리아 회동과 국회 병력 투입을 규명하는 데 있어 군인 개별 인식과 행동을 연결하는 입증의 공백을 표현한 가상 이미지 사진챗GPT
12·3 비상계엄 당시 '롯데리아 회동'과 국회 병력 투입을 규명하는 데 있어 군인 개별 인식과 행동을 연결하는 입증의 공백을 표현한 가상 이미지 [사진=챗GPT]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8-2부(정수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전 국방혁신기획관 등 전직 군인 8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을 기소한 내란특검은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7년,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징역 5∼7년을 구형했다.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한 구 전 여단장과 방 전 기획관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만났다는 사실은 인정됐다. 제2수사단의 단장과 부단장을 맡을 예정이었다는 사정도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어떤 계획을 전달받았고 이를 얼마나 이해했으며, 실제 준비와 실행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임무 관련 문건을 받지 않았고 병력 소집과 준비에 관여하거나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봤다. 소집된 병력조차 두 사람의 존재를 몰랐다. 특검이 제시한 직책과 회동 사실만으로는 두 사람이 내란 계획을 공유하고 실행에 가담했다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에 병력을 보내고 수송한 지휘관들의 책임도 갈렸다.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은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을 받거나 공유받지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김세운 전 특수작전항공단장은 자신이 준비하던 불시 출동 훈련과 비상계엄의 관련성을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받았다.

반면 국회 진입·봉쇄를 지휘한 김현태 전 707특수임무단장에게는 지난 8월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본회의장과 출입문을 막고 의원들의 진입을 차단하라는 지시, 유리창을 깨고 내부로 들어간 행동 등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을 뒷받침했다.

국회로 향한 병력이 같다고 이를 수송한 사람과 현장에서 봉쇄를 지휘한 사람의 인식까지 같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체 계획을 아는 지휘관의 명령이 하급자에게는 시설 경계나 출동 준비 지시로 전달됐을 수도 있다. 수사에서는 그 전달 과정에서 무엇이 공유되고 빠졌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정성우 전 방첩사령부 1처장의 경우 명령을 받은 뒤 법률 검토를 요청하고 상부에 이의를 제기한 점이 고려됐다. 부하들에게 진입하지 말고 떨어져 있으라고 지시하고 복귀시킨 사정도 무죄 판단에 반영됐다. 명령 수령 후의 행동이 적극적인 가담이었는지, 실행을 제한한 것이었는지가 책임을 갈랐다.

내란특검은 "고위 지휘관의 지위와 책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명령을 받은 때부터 임무 종료 때까지 인식할 수 있었던 사정을 종합해야 하는데 재판부가 이를 좁게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항소 여부를 검토 중으로, 이번 무죄 판단은 확정되지 않았다.
 
더 기소한 특검, 더 밝혀낸 것은 무엇인가
12·3 비상계엄 당시 명령을 받은 뒤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개인별 내란 가담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종합특검의 과제를 표현한 가상 이미지 사진챗GPT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명령을 받은 뒤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개인별 내란 가담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 종합특검의 과제를 표현한 가상 이미지 [사진=챗GPT]

종합특검은 기존 내란특검이 기소하지 않은 조성현 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과 김상환 전 육군본부 법무실장, 강호필 전 지상작전사령관 등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국회 출동 지시 하달과 병력 운용, 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이후의 행동, 내부 상황실 구성 지시 등이 각각 문제 됐다.

추가 기소를 뒷받침하려면 앞선 수사가 놓친 사실이나 기존 증거를 달리 평가할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종합특검의 내란 관련 재판에서는 피고인의 행위와 범죄 사이의 연결부터 명확히 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등의 공판준비기일에서는 홍 전 차장이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전달받은 뒤 이를 무시했는지 실행했는지 구체화하라는 재판부 요구가 나왔다.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사건에서도 국헌문란 목적의 근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며 보완을 요구받았다.

명단을 받았다는 사실과 체포를 실행하려 했다는 판단 사이에는 준비 지시, 인원 배치, 정보 전달 등 확인해야 할 행동이 있다. 이 과정이 빠지면 공소장에 이름과 직책, 연락 사실은 남아도 각자가 내란에서 맡았다는 역할은 불분명해진다.

사후에 드러난 계엄의 전모를 당시 참여자 모두가 알고 있었다고 전제할 수도 없다. 같은 시각에도 지휘관마다 전달받은 정보가 달랐을 수 있고, 처음 받은 명령과 현장에서 추가로 받은 지시가 달랐을 수 있다. 그 차이를 시간대별 통신과 명령, 병력 이동 기록으로 좁혀야 법정에서도 각자의 행동을 재구성할 수 있다.
 
병력의 이동보다 중요한 명령의 이동

수사 기간 아주경제가 취재한 군 지휘통제체계 관련 제보는 계엄군의 실제 명령 체계를 복원할 단서였다. 군 통신체계 개발에 장기간 참여한 김현석씨는 일부 계엄군의 이동과 지휘소 기록이 일치하지 않으며, 부대 관계자들로부터 상부 지시로 위성 위치보고장비(PRE)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장비 미사용만으로 의도적인 은폐나 내란 가담을 단정할 수는 없다. 장비 접속 로그와 비행 기록, 특전사·합참의 상황 자료를 대조해 운용상 문제인지 별도 지시에 따른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당시 통신 내역까지 맞춰보면 지시를 내린 사람과 전달한 사람, 취지를 모른 채 이행한 사람의 역할을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병력 투입 지시만으로 그 아래의 모든 지휘 과정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정규 지휘계통이 어디서 배제됐고 누가 전체 계획을 공유했는지, 현장에는 어떤 명령이 전달됐는지를 밝혀야 설계부터 실행까지 재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제보는 특검 출범 초기부터 제출 의사가 전달됐는데도 약 4개월 뒤에야 정식 접수·배당됐다. 김씨가 수사 종료 직전인 8월 22일 약 4시간 동안 영상 녹화 조사를 받은 데 대해 군 수사 담당 김정민 특검보는 당시 "보고받은 바 없다"고 답했다. 김상훈·장종철 수사관이 자료를 뒤늦게 다른 기관으로 이관해 후속 수사가 이어지도록 조치했지만, 특검이 어디까지 검증하고 처분에 반영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종합특검까지 수사를 거쳤지만 계엄군의 명령 체계를 둘러싼 의혹은 남았고, 법정에서는 개인별 역할을 구체화하라는 요구가 반복되고 있다. 추가 기소 사건의 유·무죄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며 입증이 보강될 여지도 있다. 다만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재판이 끝나도 계엄의 실행 구조는 미완으로 남을 수 있다.

권창영 특검은 수사를 마치면서 "특검에 대한 1차 평가는 법원이 하고, 최종적으로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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