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출범한 두 기관은 인력·시설 확충과 실무 지침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중수청은 마약·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초기 구속 성과를 냈고, 공소청은 기소·공소 유지와 사법통제 중심으로 조직을 바꿨다. 그러나 관할과 보완수사, 증거 제출 절차를 둘러싼 혼선은 여전하다.
접수처 찾아 이동하고, 송치 뒤에도 다시 보완
접수 단계에서는 경찰 수사가 늦어진다고 느낀 피해자가 중수청을 찾거나 같은 사건을 두 기관에 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일반 범죄와 중수청 수사 대상 범죄가 얽힌 사건의 처리 범위도 쟁점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여러 범죄가 경합할 때 중수청으로 이관하는 범위가 불명확하고, 사건번호 부여 등 절차도 지연돼 변호사와 의뢰인 모두 혼동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송치 이후에는 보완수사를 둘러싼 부담이 커졌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29일 공소청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1만2465건이다. 하루 평균 약 445건이다.
일선 경찰은 단순 오탈자와 서류 형식까지 보완을 요구한다며 부담을 호소한다. 공소청 측은 검사가 직접 수정·확인하면 수사권 행사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역삼 연쇄 방화 사건에서는 공소청 소속 프로파일러의 심리 분석도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찰청은 기존 검찰 수사 사건을 보완수사 요구 형태로 넘기는 점도 건수에 영향을 미쳤다며, 아직은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증거 내려다 경찰로…제출 절차 못 정해 재판 속행도
혼선은 자료 제출과 재판으로 이어진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은 검사가 기소 여부 판단 등을 위해 의견을 듣고 자료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취득한 진술·자료는 재판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해당 규정 때문에 사건 당사자는 검사에게 설명하는 것과 법정에서 쓸 증거를 제출하는 절차를 따로 거쳐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승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피의자의 무혐의를 뒷받침할 소셜미디어 대화를 검사에게 제출하려 했으나 증거능력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어 검사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나서야 경찰에 자료를 냈다.
피해자가 같은 내용을 거듭 진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대표변호사는 검사가 피해자의 설명을 듣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이 피해자를 다시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반복 진술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재판이 시작된 뒤에도 추가 증거를 어느 경로로 제출할지가 문제다. 지난달 보이스피싱 사건 공판에서는 피해자가 추가 증거를 내겠다고 했지만 검사가 직접 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졌다. 결국 자료 제출 절차를 정하지 못해 재판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대안으로는 검사가 직접 자료를 받는 대신 재판부에 증거 확보를 요청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필요한 금융거래 내역 등에 대해 법원이 제출을 명령하거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도록 요청하는 것이다. 검사가 혐의를 입증하고 법원은 이를 판단해야 하는 만큼, 재판부가 증거 확보에 적극 나서면 피고인에게 유죄 입증을 돕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수청 과장 공석·종이 기록…공소청은 미제 18만건 부담
새 절차를 뒷받침할 인력과 시설도 부족하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 중 1900명(66.1%)으로 출범했다. 서울중수청은 과장 25자리 중 11곳이 비어 일부 과장이 다른 팀 업무를 겸한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은 수신·접수·배당 등 일부 기능만 가동돼 기록을 직접 전달하거나 우편으로 받고 있다. 변호인 접견실과 피조사자 대기실 등도 확충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기준 전국 중수청의 송치 실적은 3건, 구속 실적은 5건으로, 대형 경제범죄와 권력형 비리 수사 역량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공소청은 검사 정원의 약 80% 수준으로 출범한 가운데 기존 사건 처리 부담을 안고 있다. 출범 직전인 9월 말 검찰 미제 사건은 18만6307건에 달했다. 보완수사를 맡는 경찰도 인력을 늘렸지만 9월 기준 수사경찰의 9.2%인 3739명은 수사 경험이 없었다.
중수청은 경력채용과 추가 특례임용을 추진하고, 12월 KICS 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소청과 경찰도 불송치 사건 심사와 보완수사 이행을 지원할 조직을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담합 자진신고 감면제도인 리니언시의 접수 권한조차 두 기관이 협의 중이다.
인력 보강과 더불어 사건 이관·보완수사·추가 증거 제출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관 사이 업무가 이동할 때마다 당사자가 제출처를 다시 찾거나 같은 설명을 반복하는 문제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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