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새로운 산업분류체계(KRICS)의 종목별 분류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국내 증시의 산업별 체급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반도체와 제약·바이오는 종목 수가 비슷했지만 시가총액은 10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기업별 소속 산업 변경에 따른 상장지수펀드(ETF)의 구성종목 조정과 리밸런싱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자산운용사 등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산업분류체계인 KRICS의 종목별 분류 조정을 마무리했다. 국내 산업구조와 자본시장 특성을 반영해 산업을 세분화하고 기업별 사업 특성을 보다 정확하게 분류하기 위한 작업이다.
이번 개편에서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모빌리티', '배터리 및 전기장비', '조선 및 선박' 등 국내 주요 산업을 반영한 산업그룹이 마련됐다. 이를 통해 국내 증시에서 각 산업이 차지하는 규모와 영향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반도체 산업의 압도적인 비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그룹은 214개 종목으로 구성됐으며 시가총액은 2486조원에 달했다. 국내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50.1%를 차지하는 규모다. 반면 제약 및 바이오 산업그룹은 231개 종목으로 종목 수는 오히려 더 많았지만 시가총액은 236조원, 전체 비중은 4.8%에 그쳤다. 종목 수가 비슷한 두 산업의 시가총액이 10.5배나 벌어진 셈이다.
LG전자와 한진칼, 신세계 등이 속한 자유소비재 산업그룹 소속 종목 수도 211개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그룹과 비슷하지만 시총과 비중은 각각 93조원과 1.9%로 나타났다.
배터리 산업의 존재감도 확인됐다. 배터리 및 전기장비 산업그룹은 소속 종목이 110개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은 272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402조원), 자본재(303조원)에 이어 산업그룹 가운데 네 번째로 큰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시가총액은 각각 84조원, 44조원으로 두 기업이 그룹 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번 개편은 기업별 산업분류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삼성SDI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기존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서 정보기술 섹터의 하드웨어 및 IT장비 산업군에 속했지만, KRICS에서는 산업재 섹터의 배터리 및 전기장비 산업그룹으로 이동했다. LG전자 역시 기존 정보기술 섹터에서 소비재 섹터로 소속이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ETF 수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산업분류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섹터지수의 구성종목과 비중이 조정될 경우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어서다.
장치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산업분류 변경에 따른 섹터지수 구성종목 조정은 관련 ETF의 리밸런싱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며 "삼성SDI의 경우 KOSPI 200 정보기술에서 산업재 섹터지수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SDI가 편출될 경우 정보기술 지수 내 종목별 비중이 재산정되면서 기존 구성종목을 중심으로 추가 매수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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