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산업 경쟁은 전력 확보 경쟁이기도 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5년 485TWh에서 2030년 950TWh로 거의 두 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IEA 전망은 한국도 AI 서비스와 반도체 생산 기반을 확대하려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해도 필요한 전력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다면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비용은 데이터센터 운영뿐 아니라 기업의 국내 투자와 입지 결정에도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안전성이 확인된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은 전력 공급 기반을 유지하는 현실적인 수단이다. 신규 발전소 건설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활용 가능한 설비를 적절히 정비해 운용할 필요가 있다. 국제 분쟁과 공급망 불안이 에너지 수급을 흔드는 상황에서는 발전원과 연료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원전 활용과 함께 송전망 확충,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 보완, 에너지 효율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물론 계속운전의 전제는 철저한 안전 관리다. 이번 허가가 곧바로 재가동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설비 교체와 개선을 이행하고 원안위의 현장점검을 거쳐 적합성을 확인받아야 한다. 원안위 발표 후 한수원은 배관과 전기설비 등 주요 기기의 노후화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개선 계획을 빠짐없이 이행해야 한다. 규제기관도 전력 수급이나 재가동 일정에 쫓겨 점검을 서두르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가동 이후에도 설비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이상 징후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
방호 체계도 새로운 위협에 맞춰 점검해야 한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에서는 드론 공격으로 방사성물질을 가두는 보호 구조물이 손상됐다. 국제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원자력시설에 대한 외부 위협을 먼 나라의 일로만 여길 수 없다. 설비 내부의 고장과 사고뿐 아니라 외부 위협까지 포괄하는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와 한수원은 불법 드론의 탐지·식별·차단 체계를 점검하고 군·경 등 관계기관의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 장비를 갖추는 데 그치지 말고 합동훈련을 통해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해야 한다. 점검에서 드러난 미비점은 개선 시한과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해 보완해야 한다. 사이버 공격과 외부 전력 공급 중단에 대한 대비도 함께 살펴야 한다. 고리 3·4호기 계속운전이 전력 확보에 보탬이 되려면 안전과 방호에 대한 투자도 따라야 한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관리가 원전 활용의 지속성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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