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이란 핵시설 재건 정황 없어"… 美 공습 명분 꺾이나

  • 440kg 고농축 우라늄 사찰 난항속 20년 만의 안보리 회부

2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보고하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 T사진유엔 웹TV 캡처
27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보고하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 [T사진=유엔 웹TV 캡처]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미·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핵시설을 복구하거나 재건하려는 움직임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보고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 참석해 "2025년 6월 이후, 우리는 이란이 2025년과 2026년의 군사 공격으로 파손된 시설을 수리하거나 재건하려는 어떠한 활동도 식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은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며 지난해 6월 강행된 미·이스라엘 공습의 당위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IAEA가 이란 측의 '재건 움직임이 없다'는 평가를 내놓으며 미국의 이란 공습의 군사적 명분에 선을 그은 것이다. 이처럼 군사 공격의 타당성을 주장해 온 미국 측 입장과 배치되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싼 서방과 중·러 간의 입장 차만 재확인됐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는 이란 내 선언된 핵시설과 과거 미선언 핵 프로그램 관련 장소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왔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완전히 파괴됐고 재건 움직임도 없다는 미 국가정보국(DNI)의 지난 2월 의회 서면 증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다만 IAEA는 현재 이란의 핵 활동 검증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안전상의 이유로 사찰단이 수개월째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셰르 원자력발전소(BNPP)를 제외하고는 이란 내 정상적인 사찰 활동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440kg에 달하는 고농축 우라늄(HEU)의 소재와 상태, 군사 공격 직전 이란이 선언한 이스파한 연료농축공장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점을 핵심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현재로서는 보호 대상 핵물질이 다른 용도로 전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검증할 수 없다"며 이란에 IAEA 사찰단의 즉각적인 접근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만·파키스탄·카타르·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의 중재 노력과 2025년 9월 이집트에서 이란과 체결한 '카이로 합의'를 언급하며 "기술적이고 단계적인 조치에 대한 고려를 독려해 사찰단 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안보리 회의는 지난달 IAEA 이사회가 이란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위반을 이유로 이란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는 결의를 채택함에 따라 성사됐다. 이란 핵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된 것은 2006년 이후 20년 만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이란 핵 관련 안보리 회의 [사진=유엔 웹TV 캡처]
27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이란 핵 관련 안보리 회의 [사진=유엔 웹TV 캡처]

이날 회의에서는 서방과 중·러 간의 공방이 격화했다.

미국 측 대표는 "이란의 지속적인 핵 의무 불이행은 NPT 체제 전체의 신뢰를 흔드는 행위"라며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서방 국가들은 지난해 발동된 '스냅백(제재 복원)' 절차에 따라 기존 유엔 대이란 제재가 완전히 복원됐음을 주장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책임을 추궁했다. 중국 대표는 2018년 미국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일방 탈퇴가 현재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측은 2015년 JCPOA를 승인한 안보리 결의 2231호가 2025년 10월로 만료된 만큼, 현 안보리에서 이란 핵을 다룰 절차적 근거 자체가 소멸했다고 맞섰다.

당사국인 이란은 미·이스라엘의 자국 공습에 묵인해 온 안보리의 불공정성을 비판하는 한편, 비확산 원칙을 적용하려면 IAEA 사찰을 받지 않는 이스라엘의 핵 프로그램 역시 동일한 잣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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