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긴 호흡의 투자로 키우는 차세대 성장 엔진

류성호 순천향대학교 교수 사진아주경제DB
류성호 순천향대학교 교수 [사진=아주경제DB]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할 차세대 성장 엔진은 어디에 있는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첨단바이오는 국가 안보와 경제를 좌우하는 전략 분야로 부상했다. 건강 관리와 질병 진단·정밀의료를 넘어 식량·소재·에너지까지 혁신하는 기술이다.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바이오 시장이 2023년 약 1조5500억 달러에서 2030년 3조88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바이오산업 생산 규모도 2020년 17조2000억원에서 2024년 22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기회를 선점할 토대도 있다. 2025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계약 규모는 공개된 집계만 약 145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 9월에는 국내 46번째 신약이 허가받았다.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과 임상시험 인프라도 산학연이 축적한 저력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장을 바꿀 원천기술과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 경험은 여전히 부족하다. 유망한 후보물질을 발굴해도 막대한 비용과 불확실성이 수반되는 임상·상용화 단계에서 ‘죽음의 계곡’을 넘기 어렵다. 투자 여건도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는 연구성과를 세계 시장까지 이끌 빅파마 기반이 충분하지 않고, 단기 성과가 어려운 바이오산업 특성상 초기 벤처투자만으로 장기적 도전을 뒷받침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미국·중국과 경쟁하려면 실패를 견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AI 중심으로 기술투자가 확대되는 지금, 초기 위험을 분담하고 연구·임상·제조·사업화의 경험이 쌓이는 ‘축적의 생태계’를 조성할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2027년 정부 R&D 예산안은 바이오 분야에 약 4조4000억원을 담았다. 투자가 위축됐던 2024년 약 3조3000억원보다 30% 이상 확대된 규모다. 바이오를 꾸준히 육성하겠다는 의지이자 ‘제2차 국가연구개발 중장기 투자전략’의 혁신 기반 조성·선도 기술 확보·시장 진입 확대를 뒷받침하는 투자다.

하지만 예산 증액만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강점이 있는 분야와 미래 시장을 선점할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첨단바이오를 포함한 ‘7대 SEED 프로젝트’와 ‘K-문샷’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국가가 도전적 목표를 제시하고 연구부터 사업화까지 역량을 연결해 성과를 경쟁력으로 키울 토대가 마련되었다.

첫 번째 투자 축은 AI 전환(AX)이다. 신약·정밀의료 AI 연구 거점을 조성하고, 바이오데이터 표준화·연계, AI 모델, 연구시설과 융합인재를 통합 지원한다. 바이오파운드리의 고속 실험·검증과 결합하면 연구자의 탐색 범위를 넓히고 기업의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래 시장을 여는 한계도전형 기술에도 투자한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는 정밀뇌지도와 전임상 검증 기반, 핵심기술 개발을 연계하고, 세포·유전자치료제는 원천기술 확보와 임상 진입을 뒷받침한다. 불확실성이 큰 혁신 분야에서 공공이 민간의 도전을 견인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연구 성과에 대한 산업화 지원이다. 의약품 공정 개발·품질관리와 생산시설 공동 활용을 확대하고, 규제과학과 의료제품 평가 기반을 고도화해 기업의 사업화 부담을 줄이고 시장 진입을 돕는다. AI 기반 지역·필수의료와 돌봄 연구도 지원해 산업 성장과 국민 건강 증진을 함께 추구한다.

세 번째는 투자의 지속성을 위한 재정·금융 연결이다. 미래대응기금 신설로 미래 성장동력 투자를 뒷받침하고, 국민성장펀드로 기업 성장과 생산 기반 확충을 지원한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활용한 투자형 R&D도 새롭게 추진해 연구개발 수익이 후속 연구와 사업화에 재투자되는 선순환을 도모한다. 정부 R&D의 초기 위험 분담에 정책금융과 민간자본을 연결해 글로벌 진출까지 이어지는 투자 경로를 만드는 것이다.

바이오는 오랜 시간과 끈기가 필요한 ‘인내 자본’의 영역이다. 정부의 일관된 투자와 연구·공정 인프라 위에서 연구자와 기업이 과감하게 도전할 때 생태계는 완성된다. 축적된 역량에 전략적 집중과 민간의 도전이 맞물린다면 바이오는 반도체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을 세계 무대 중심에 세울 단단한 심장이 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