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자 브라질 증시가 장중 17% 넘게 폭락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으며, 헤알화 가치도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대표 주가지수인 보베스파 지수는 장중 전 거래일 대비 17.34% 떨어진 16만9516.43까지 밀렸다.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해 13.88% 하락한 17만6608.23으로 거래를 마쳤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률이다.
주가가 급락하자 브라질 증권거래소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거래를 30분간 중단했다. 주가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0% 이상 떨어지면 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로, 브라질에서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 이후 약 6년 7개월 만이다.
외환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미국 달러화 대비 헤알화 환율은 장중 달러당 5.605헤알까지 치솟았다. 이후 전 거래일 대비 8% 넘게 상승한 5.40헤알 안팎에서 거래를 마쳤다. 헤알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의미다.
금융시장 충격은 채권과 금리 선물시장으로도 번졌다.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브라질 정부의 자금 조달 부담도 커졌다. 이에 브라질 재무부는 27일과 29일 예정됐던 물가연동 국채와 고정금리 국채 입찰을 취소했다. 다만 기준금리와 연동되는 국채 입찰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급락은 전날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결과가 금융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25일 결선투표에서 51.79%를 득표해 48.21%를 얻은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의원이 1위를 차지했던 대선 1차 투표 직후에는 재정 긴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보베스파 지수가 7.70% 급등하고 헤알화도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의 집권 연장이 확정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재정지출 확대와 국가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다. 시장이 보우소나루 의원의 당선을 예상해 형성했던 자산 가격을 다시 조정하면서 매도세가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브라질 금융시장에 대한 전망을 낮췄다. JP모건은 룰라 대통령의 재선 직후 브라질 헤알화와 현지 통화 표시 국채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예상과 다른 선거 결과에 따른 자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지 투자은행 BTG 팍투알 역시 향후 몇 주간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며, 헤알화 약세와 금리 상승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가능성도 제기했다.
투자전문회사 발로르 인베스티멘투스의 다니엘 텔리스 파트너는 정부의 지출 확대와 보조금성 대출 정책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높일 수 있다며,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에도 지속적인 상승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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