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가 시위 중 발생한 약탈 및 기물파손 행위에 대해 파손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인근 시위대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는 강력한 법 제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면서 노동계와 좌파 진영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상원은 이번 주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신속 처리를 추진 중인 일명 '기물파손 배상법(vandals pay law)'을 본격 심의한다.
해당 법안은 시위 현장에서 기물을 파손한 이들과 같은 그룹에 있었거나 파손 현장 인근에서 시위를 이어간 경우, 직접 파손하지 않았더라도 최대 1만 유로(약 1500만 원)의 배상 책임을 물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또한 시위 현장을 감시하기 위해 드론 활용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법안은 지난 5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파리 생제르맹(PSG)이 아스널을 꺾은 뒤 발생한 폭력 사태를 계기로 처음 마련됐다. 그러나 최근 교육 환경 개선과 물가 상승, 공공서비스 악화를 요구하는 학생·노조·'노란 조끼' 시위가 방화와 약탈로 얼룩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Sébastien Lecornu) 프랑스 총리는 최근 폭력 시위 양상을 언급하며 "이 법안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시위 수습에 애를 먹는 사이,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은 '법과 질서'를 앞세워 차기 대권 경쟁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유럽의회 자금 유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 상고를 진행 중인 르펜 의원은 25일 오를레앙에서 8000여 명의 지지자가 모인 가운데 대선 캠페인을 시작하며 "프랑스에 질서를 되찾겠다"고 약속했다.
RN 측은 이번 법안이 원래 자당의 구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르펜 의원은 연설에서 "기물을 부순 폭도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며, 평생이 걸리더라도 갚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파 진영과 노동계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 조항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강경좌파 '라 프랑스 앵수미즈'의 에리크 코크렐 의원은 "직접 부수지 않은 손해에 1만 유로를 낼 위험을 무릅쓸 사람은 없다"며 "이 법은 프랑스 거리 시위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공산당 소속 파비앵 게 상원의원과 프랑스 인권연맹(LDH) 역시 "시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공격이자 법치주의의 후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법학계의 경고도 이어졌다. 세르주 슬라마 그르노블 알프스대 교수는 "비상사태 선포 없이 이뤄진 대대적인 시민 자유 제한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이런 악법이 통과되면 향후 극우 정권이 들어섰을 때 법 개정 없이도 합법적으로 시민들을 탄압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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