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대행업이 독립된 산업으로 분류된 지 벌써 2년이나 지났지만 이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후배들이 제도권 안에서 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이번 임기 중 주요 과제다.”
이번 임기 내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장영호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 회장이 밝힌 포부다. 부동산 분양대행업이 독립된 산업으로 인정받았지만 업체 자격이나 책임, 종사자 교육 등을 아우르는 제도적 기반은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장 회장은 법제화를 통해 업계의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분양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1999년 분양마케팅 전문업체 씨엘케이(CLK)를 설립해 현재까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장 출신이다. 분양대행뿐 아니라 부동산 개발사업 시장조사와 상품 기획, 컨설팅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2018년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 설립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2023년 3월 제3대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3월 연임했다.
재임 중 주요 성과로는 2024년 한국표준산업분류 개정에서 ‘부동산분양대행업’이 독립 업종으로 분류된 점이 꼽힌다. 이전까지 별도 업종으로 구분되지 않았던 분양대행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협회 명칭을 한국부동산분양서비스협회에서 창립 당시의 한국부동산마케팅협회로 복원한 것도 그의 재임 기간 중 이뤄진 변화다.
다음 목표는 산업분류상 인정을 넘어 법적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주택 분야에는 분양대행자 자격이나 교육 등을 규율하는 일부 규정이 있지만,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 비주택을 포함한 분양대행업 전반의 법적 정의와 관리·실태조사 기반은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장 회장은 “국토부 소관 법령에는 분양대행업의 정의조차 없다”며 “정의가 없으니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할 수 없고 조사 결과가 없으니 정책이 설 자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법제화의 필요성은 소비자 보호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분양 과정에서 허위·과장 정보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 규모도 공식적인 실태조사보다 과거 추정치에 의존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2022년 추산한 국내 분양대행업체는 2000~2800곳, 종사자는 4만6000~6만5000명 수준이다. 업종 전반을 파악할 공식 통계가 부족해 업체와 종사자 규모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정부도 분양대행업의 제도권 편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제2차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2026~2030)’에는 분양대행업 제도권 편입과 관리 강화가 추진과제로 포함됐다.
정부는 건축물분양법 개정을 통해 비주택 분양대행자의 자격과 의무, 제재 근거를 마련하고 관련 법령에도 분양대행업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택 분양대행자 교육시간 확대와 비주택 분야 전문교육 과정 신설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장 회장은 “주택과 비주택 분양대행을 함께 수행하는 업계 현실을 고려해 자격기준을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사업자와 종사자에 대한 전문교육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이 교육을 강조하는 데는 분양대행사 역할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분양 현장에서 계약을 유치하는 영업활동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사업 초기 시장조사부터 수요 예측과 상품 구성, 분양가격 검토, 고객관리까지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분양마케팅이 단순히 빨리 파는 역할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시장 분석과 상품 제안, 수요 예측을 통해 사업 리스크를 함께 판단하는 전문 산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인력 양성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실천하는 협회의 주요 사업이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분양대행자 법정교육을 받은 인원은 6558명에 달한다. 청년 인재 양성에도 힘을 기울여 2024년부터 3년 연속 서울시 매력일자리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으며 올해까지 총 87명의 청년 마케팅 인재를 양성했다.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장조사와 보고서 작성, 광고 콘텐츠 제작, 데이터 분석 등 실무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분양대행업체가 단순 판매조직을 넘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사업성을 분석하는 전문 조직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장 회장은 분양대행업 법제화를 업계의 지위 향상을 넘어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과제로 여기고 있다. 그는 “분양대행업은 국민의 내 집 마련이라는 가장 큰 의사결정 중 하나를 돕는 산업”이라며 “정직한 정보 전달과 전문성 강화가 결국 산업을 지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어 “산업분류상 독립 업종으로 인정받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법적 책임과 전문성을 갖춘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게 남은 임기 중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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