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북향민' 논란에 가려진 그들의 삶

우주성 정치경제부 기자
우주성 정치경제부 기자

통일부를 출입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다. 낯선 조직의 언어를 익히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그곳의 역할을 이해하고 무엇을 취재해야 하는지 찾는 것이다. 요즘 통일부를 지켜보면 이 부처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선언처럼 들린 북한의 ‘두 국가론’은 이제는 물리적 국경으로 굳어지고 있다. 대화와 교류, 통일을 전제로 존재해온 통일부로서는 새로운 환경에 맞는 역할을 찾아야 할 중대한 시점이다.

지난 7일 열린 국정감사는 통일부가 직면한 고민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기대를 안고 지켜본 국감은 실망스러웠다. ‘북향민’이라는 단어를 두고 원색적인 비난과 색깔론이 이어졌고, 국감장은 소모적인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탈북자’나 ‘탈북민’이라는 말에 따라붙는 부정적 인식과 낙인을 줄이고, 당사자의 존엄을 담을 표현을 찾겠다는 취지에 일리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명칭을 바꿔 인식과 관계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통일부의 문제의식도 이해할 만하다. 다만 지금 통일부가 역할을 찾아야 할 지점이 새로운 용어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것에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번 국감을 앞두고 공개된 자료에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처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북한이탈주민 무연고 사망자는 140명에 달했다. 2017~2021년에는 한 해 2~7명 수준이었지만 2022년 19명, 2024년 22명, 지난해 38명으로 늘었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체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7.9%에서 올해 8월 17.8%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위험 신호를 미리 포착하고도 위기에서 끌어내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통일부가 위기가구 관리를 시작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 92명 가운데 61명은 위기가구 대상자였다. 위기 징후를 포착하고도 실질적인 지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면 이는 단순히 복지 대상자를 발굴하는 문제를 넘어 기존 정착지원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최근 만난 한 통일부 관계자는 “국내 거주 기간이 5년 이상인 북한이탈주민이 약 90%에 달한다”며 “자녀 교육과 취업, 고령화와 자살 등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문제가 북한이탈주민 사회에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북한이탈주민 정책은 그간 사선을 넘어온 이들의 초기 정착과 트라우마 치유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왔다. 이들의 특수한 경험과 필요를 세심하게 살피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상당수는 이제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자녀를 키우며 오랜 기간을 살아온 우리의 국민이 됐다. 이들에게는 어느덧 실직과 돌봄 공백, 고령화와 노후 빈곤, 사회적 고립이라는 한국 사회의 보편적인 문제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제 정착지원의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을 별도의 범주에 넣어 관리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망에 촘촘히 연결하되, 가족을 북에 두고 왔거나 국내에 의지할 연고가 부족한 이들의 특수성까지 함께 살피는 방식이 필요하다. 초기 정착을 돕는 데서 나아가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나이 들고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모든 과정을 살펴야 한다.

영화 ‘하나 코리아’에는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의 마음에는 구멍이 하나씩 있다”는 대사가 나온다. 통일부는 그동안 분단이 남긴 구멍을 찾고 이를 메우는 일에 헌신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살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들의 삶에는 또 다른 생채기와 구멍도 생긴다. 끊긴 연락과 밀린 공과금, 병실에서조차 돌봐줄 사람 없는 처지, 홀로 맞이하는 죽음 등 이들의 삶에는 분단의 상처와는 또 다른 현실의 고통이 자리하고 있다.

명칭을 바꾸고 그에 담긴 철학을 고민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름이 바뀐다고 삶까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그들이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통일부의 새로운 역할 역시 그들의 달라진 삶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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