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미래는 없었다…'방방위' 넘어 '이진숙위' 된 과방위

"오늘은 꼭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하는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국정감사 현장에서 만난 한 방미통위 직원의 하소연이었다.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가 길어지면서 그는 결국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늦은 귀가는 국정감사철 공무원에게 낯선 일이 아니다. 문제는 그날 무엇을 위해 늦게까지 국회에 남아 있었느냐다.

올해 방미통위 국감 주인공은 방송도, 미디어도, 통신도 아니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자 전 방송통신위원장이었다.

여야는 이 의원의 감사 참여가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옛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처리한 사안을 당사자가 감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제척을 추진했다. 국민의힘은 현직 국회의원의 감사권을 제한하는 것은 다수의 횡포라고 맞섰다. 무기명 표결과 퇴장, 항의가 이어졌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오랫동안 '방방위'라는 자조를 들어왔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보다 방송을 둘러싼 정치 공방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는 뜻이다. 올해는 그마저 넘어 '이진숙위'가 됐다. 국정감사장이 한 사람의 자격과 과거 행적을 다투는 무대가 되는 동안 국민 생활과 산업에 직결된 현안은 다시 뒷전으로 밀렸다.

따져야 할 사안은 차고 넘쳤다.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의혹'은 대표적이다.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가 2023년 과징금 부과 방침을 밝힌 뒤에도 최종 처분까지 수년이 흘렀다. 앱마켓 사업자가 개발사에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고 외부 결제를 사실상 불리하게 만들었다는 의혹은 국내 콘텐츠 산업의 수익과 직결된다. 방미통위는 이달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했지만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와 제재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은 충분히 검증되지 못했다.

쿠팡의 이른바 '납치 광고'도 마찬가지다. 이용자가 광고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쿠팡 앱이나 웹페이지로 넘어가고, 원래 보던 화면으로 돌아가기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다. 광고를 거쳐 접속한 후 24시간 안에 상품을 구매하면 광고 게재자에게 수수료가 돌아가는 구조가 이런 행위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다. 제휴업체의 일탈인지, 플랫폼의 관리 책임까지 물어야 하는지 살펴야 하지만 이진숙위에 가려져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AI로 인한 피해도 있었다. AI로 제작한 숏폼 드라마가 빠르게 늘면서 청소년이 자극적인 내용과 부적절한 표현에 무방비로 노출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령별 접근 제한과 유해 콘텐츠 표시, 추천 알고리즘 책임, 미성년자 보호 대책까지 점검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이 밖에도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 플랫폼 이용자 보호 등 국회가 파고들어야 할 문제가 쌓여 있다. 하나같이 국민이 매일 쓰는 휴대전화와 앱, AI, 콘텐츠에 관한 문제다. 정쟁보다 덜 극적일 뿐 중요성이 낮은 건 아니다.

물론 이 의원의 제척 논란을 다루지 말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국정감사의 공정성과 국회의원의 감사권 모두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필요한 논쟁이 국감 전체를 삼키는 정쟁은 다르다. 제척 여부를 놓고 하루의 상당 부분을 소진한 후 나머지 현안에 몇 분씩 질의하는 것은 국정감사의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국정감사는 가장 목소리가 큰 정치인을 위한 무대가 아니다. 행정부가 미뤄온 일을 확인하고, 기업의 위법 가능성을 검증하며, 제도의 빈틈을 메우는 자리다. 누가 이기고 졌는지가 아니라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파악하는 자리여야 한다.

택시를 타고 귀가한 방미통위 직원에게 이날 국감은 어떻게 기억될까. 여야가 이진숙이라는 이름을 놓고 하루종일 싸운 날로 기억되지는 않을까.

과방위는 '방방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이진숙위'라는 이름을 하나 더 얻었다. 그사이 국민이 기다려 온 현안은 또 막차를 놓쳤다.
 
나선혜 AI부 기자
나선혜 AI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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