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모터쇼에 중국 부스가 굉장히 많았다." "어디로 가나 중국 부스가 보였다. 전시장에 있으면 여기가 유럽인지 알 수 없을 정도."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2026 파리모터쇼'를 다녀온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실제 올해 모터쇼에는 역대 최대인 20여개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완성차 브랜드 세 곳 중 하나는 중국이란 의미다.
눈여겨볼 대목은 단순히 부스 숫자만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중국 업체들이 무엇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는지다. 이들은 자동차를 넘어 이미 피지컬 AI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전시장 한가운데를 돌아다니던 4족 보행 로봇이 그 실체를 증명했다. 로봇에는 중국 체리그룹의 로봇 계열사 이름 'AIMOGA'가 쓰여 있었다. 지나가던 관람객은 진짜 강아지처럼 재롱을 부리는 로봇에 발걸음을 멈췄다. 이른바 '레드테크'가 이목을 사로잡은 순간이다.
그런데도 한국에선 아직 '중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치를 낮춰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중국 차를 얘기할 때도 '가격은 싸지만, 브랜드 때문에 구매가 고민된다'는 반응이 따라붙곤 한다. 물론 안전성과 품질 등은 당연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수천만원을 지불하고 수년간 탈 차를 고르는 선택에서 신중한 건 자연스럽다.
다만 이런 소비자의 경계심을 국내 완성차 업계가 누릴 영구적인 진입장벽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이미 한국에서도 중국 완성차의 진입에 따른 변화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8월 비야디(BYD)의 국내 신규등록 대수는 2만137대에 이른다. 이제는 많은 이들이 단지 중국 브랜드라고 해서 구매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 브랜드 경쟁력은 더 이상 가성비에만 머물러 있지도 않다. 자동차에 들어갈 기술을 도로에서 시험하고 고치는 경험이 점차 쌓이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자유로운 중국은 신기술을 적용하고, 소비자 반응을 일찍이 확인할 거대한 시험장이 되고 있다. 그만큼 중국 현지 업체의 기술 개발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통해 실제 도로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미 중국 완성차는 주요 업체가 기술 협력을 구하는 위치에 올랐다. 독일 폭스바겐은 샤오펑과 전기차 공동 개발과 차량 전자·전기 시스템 설계 부문에서 손잡았다. 국내에선 KG모빌리티(KGM)가 체리 플랫폼을 활용해 내년 초 첫 차량을 내놓는다. 중국 시장에 차를 팔기 위한 제휴를 넘어 신차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비용, 시간을 확보하려는 의도다. 중국을 경계하면서도 개발 파트너로 찾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소비자가 중국 차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은 뒤에도 한국 차를 선택할 이유가 충분한가다. 파리에서 확인한 중국 차의 존재감은 역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중국 업체가 꼬리표를 뒤로 한 채 경쟁력을 키우는 동안 우리는 안일했던 게 아닌가. 소비자 편견이 사라져도 남을 실력, 지금 한국 완성차는 이를 증명해야 한다.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자율주행과 로봇 기술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할 기회를 넓히고, 실증 성과가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안전 기준은 엄격하게 적용하되 기업이 어떤 조건을 충족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 예측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완성차 개별 기업의 투자만으로는 미래차 경쟁에 필요한 생태계를 갖추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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