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에 있던 빨대 뽑았다…현직 소방관 영상에 반응 폭발한 이유

유튜브를 운영하는 나경진 소방교가 20일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항의하고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의 애도를 표현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유튜브를 운영하는 나경진 소방교가 20일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항의하고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의 애도를 표현하는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에 대한 파장이 식지 않는 가운데 한 현직 소방관이 최근 순직한 소방관을 애도하는 뜻의 영상을 올려 주목받고 있다.

20일 유튜브 채널 ‘소방관 삼촌’에는 ‘빨대’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채널은 충북 진천소방서 소속 나경진 소방교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속에는 테이블 위 투명한 유리컵이 놓여 있고, 그 안에 물과 함께 노란색 빨대가 꽂혀 있다. 나 소방교는 흰색 국회꽃 한 송이를 들고 등장해 컵 안에 있던 빨대를 뽑은 뒤 국화꽃을 꽂고 자리를 뜨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어 “고 김진석 소방위님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자막을 띄웠다. 영상 설명란에는 “경기 부천 공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소임을 다하신 고 김진석 소방위님의 명복을 빕니다. 해당 화재 현장에서 활동하신 동료 선후배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나 소방교는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쉽게 안전 수칙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1분 8초 분량의 이번 영상에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당 영상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추 지사의 발언에 대한 조용한 항의이자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에 대한 추모로 읽힌다.

앞서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추 지사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상당한 예산을 부담하는 재정 구조를 설명하며 이같이 발언했다. 

해당 발언 이후 소방 관련 단체와 노조 등이 사과를 요구하는 사이 지난 16일 경기 부천시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하고 다른 소방관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추 지사는 다음 날 김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정말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면서도 “사과를 바라시니까”라고 표현해 논란의 불씨를 더욱 지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등은 나 소방교가 영상을 공개한 날 경기도청 앞에서 추 지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추 지사의 발언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을 예산 낭비의 대상으로 매도한 것”이라며 “언제까지 소방관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길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빨대 망언으로 전국 소방관에게 깊은 자괴감을 안겨주었다”며 “추 지사는 언론을 향한 사과가 아닌 소방관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소방관들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고 김진석 소방위 순직 사고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소방관들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앞에서 열린 고 김진석 소방위 순직 사고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김 소방위의 사망과 관련 “객관적 조사단을 구성해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조사 결과 무리한 현장지휘 등 과실이 확인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추 지사는 소방노조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저의 잘못된 표현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갑자기 터지는 큰 사고 앞에 저의 설화가 불거지는 것 자체가 장소와 상황에 안 맞다고 생각이 돼서 충분히 사과드릴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소방재정 문제와 관련해선 “도지사 취임 이후 경기도 소방본부의 재정 상황을 보고받으면서 단순한 지출 감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소방과 안전 예산은 보호하면서 제도 개선방안을 찾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방재정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인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의 일부(43.99%)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해 소방인건비 등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시도지사협회와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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