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간선거 시험대 오른 트럼프…'성과 과시'로 민심 돌릴까

아주경제 국제경제팀 황진현 기자
아주경제 국제경제팀 황진현 기자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32일간 집중 유세를 이어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공화당 텃밭인 알래스카까지 찾아 지원 유세를 벌이는가 하면 한국과 일본, 대만의 대미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며 경제 성과를 부각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추가 군사공격까지 검토하며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는 불리한 중간선거 판세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6%로 집권 1·2기를 통틀어 해당 조사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방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도 54%로 공화당(45%)을 9%포인트 앞섰다. 상원에서도 공화당 강세 지역인 알래스카와 텍사스, 캔자스 등에서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부담은 경제다. 물가 안정과 경제 부활을 약속했지만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관세 정책의 여파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간선거 전 마지막 주요 물가 지표인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도 0.6% 올라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이 한 달 새 9.1%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도 냉담하다. 폭스뉴스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22%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77%에 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물가 지표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에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란 추가 공격 검토도 정치적 계산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시사잡지 디애틀랜틱은 지난 7일 백악관이 중간선거 이전에 실행할 이란 공격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방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군사적 성과로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선거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선거 전 공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군사적 승리가 반드시 정치적 승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윌 월도프 웨이크포리스트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디애틀랜틱에 "군사행동은 유가를 낮추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쟁을 통한 공화당 지지층 결집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추가 공격이 이란의 보복과 유가 상승을 촉발한다면 공화당에는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해외 투자 유치를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대만의 44억 달러 규모 알래스카 LNG 사업 투자와 일본의 최대 210억 달러 규모 뉴욕주 반도체 공장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해외 자본 유치는 미국 산업과 고용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투자 계획 발표와 실제 성과는 구분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만 역시 구체적인 투자 조건과 구매 계약을 협상 중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투자 계획까지 관세 정책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물론 중간선거 결과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공화당은 막대한 선거자금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으며 민주당의 상원 다수당 탈환도 쉽지만은 않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공화당 텃밭까지 찾아 유세에 나서고 외교·경제 성과를 연일 강조하는 모습은 이번 선거의 정치적 무게를 보여준다.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남은 임기 동안 리더십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다. 전쟁에서의 승리와 천문학적인 해외 투자 약속은 화려한 정치적 구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고물가와 전쟁에 지친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발표된 투자 규모보다 자신들의 삶이 얼마나 나아졌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한 진짜 시험대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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