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연구자로서 이 질문을 가슴에 품은 채 오랜 시간 공기업을 연구하고, 다양한 정책 수립 현장에 참여해 왔다. 정부는 경제와 사회적 필요성에 발맞추어 공기업을 설립하고, 때로는 민영화나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이러한 변화의 목적은 '국민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어떠한 방식으로 가장 적절하게 공급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많은 학자들은 공공서비스의 공급 효율성을 높이고, 더 많은 국민이 혜택을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연구를 하고 있다.
공기업의 형태는 시대별 경제·사회적 요구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해 왔다. 오랫동안 공기업 정책과 거버넌스를 탐구하고 경영평가 위원으로 활동해 온 연구자로서, 최근 매우 뜻깊고 실질적인 공기업 통합의 현장을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한국철도공사와 ㈜SR의 통합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며 순탄하게 마무리된 것이다.
고속철도 통합 노사정협의체의 민간 위원장직을 맡아 많은 회의를 주재하며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과거에도 공공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많았지만, 이번 통합 작업만큼 중압감이 크고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적은 없었다.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두 조직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은 법 개정이나 제도 마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복잡한 이해관계, 상이한 조직문화,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섬세하게 조정하는 과정이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협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으며, 예상했던 우려가 갈등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논의 과정에서는 통합의 방식부터 통합 이후 조직체계, 근로조건에 이르기까지 많은 쟁점이 대립했다. 정부와 한국철도공사, ㈜SR, 그리고 양사 노동조합의 입장은 저마다 달랐다. 그러나 핵심은 한쪽 주장을 일방적으로 관철하는 것이 아니었다. '국민 편익 증진과 안전 확보'라는 목표 아래 대안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 중요했다.
특히 통합 이후의 조직체계와 관련된 논의는 매우 어려웠다. 조직 개편은 단순히 조직도를 그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면에는 구성원 개개인의 소속감, 임금 체계, 향후 커리어에 대한 불안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사안일수록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야 하고, 양보와 타협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통합을 열망하는 국민의 시간도 간과할 수 없었다. 국민이 겪는 이용 불편을 방치하는 것은 공공의 책임성을 저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동조합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협의체 안건으로 안착시켰고, 양 社 노사는 4자 협의를 통해 쟁점을 좁혀나갔다. 그 결과, 통합 후 일정 기간 SR 구성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 조직을 두는 상생 방안을 도출해 냈다. 일부 안이 그대로 채택된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깊은 의의가 있다. 갈등 조정의 획기적인 사례였다고 평가하며, 연구자로서도 의사결정에 관한 학술적 자산을 얻은 계기였다.
이번 통합의 성공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혁신의 성패는 '과정의 설계'에 달려 있다. 노사정협의체는 국민편익, 실질통합, 법적절차, 리스크관리 등으로 세분화하여 소위원회 검토를 거친 뒤 재논의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복잡한 이슈를 일괄 결정하기보다, 쟁점을 분리하고 전문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둘째, '속도'와 '숙의'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다. 조급함은 갈등을 증폭시키고, 합의만을 기다리면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국민적 기대와 통합 일정을 고려해 적절한 속도감을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합의와 결단을 내려준 이해당사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셋째, 통합의 진정한 완성은 법·제도적 절차나 조직도 완성에 그치지 않는다. 통합 이후 구성원들이 조직에 잘 안착하는지,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이에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객관적으로 성과평가를 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통합 이후에도 노사정협의체를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공공부문 의사결정에 있어 매우 유의미한 이정표다. 좌석 공급 확대와 예매 편의 등 국민 편익의 개선 여부, 철도 안전관리 체계의 작동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것이다. 통합의 진정한 성과는 이러한 끈기 있는 점검 과정을 통해 비로소 쌓여가기 때문이다.
구성원과 국민 모두가 "통합된 철도가 훨씬 더 안전하고 편리해졌다"고 평가할 때, 고속철도 통합은 완벽히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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