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분할의 역설] 둘로 나눠도 사업은 한몸…풀어야 할 '책임의 경계'

  • 토지·주택 인수부터 비용 부담까지…법인 간 새 협의절차 불가피

  • "택지개발 중심 재무구조 한계"…정부 책임·지원체계 재설계 과제

그래픽챗GPT
[그래픽=챗GPT]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개발·건설과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두 기관의 업무 경계를 어떻게 나눌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주택은 토지 확보부터 건설·임대운영·재정비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돼 있다. 공급 속도를 높이려는 분할이 오히려 의사결정 단계를 늘리지 않도록 공동 결정권과 비용 부담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는 LH를 택지개발·주택건설을 맡는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와 주거복지·자산비축을 담당하는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로 나누는 구상이 담겼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통합 이후 17년 만에 분할이 추진되는 셈이다. 다만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을 한 기관에 둔다는 점에서 과거 토공·주공 체제와는 다르다.

정부는 기능별 전문성을 높여 주택공급 속도와 주거복지 운영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조직별 기능 개편안은 국토교통부가 마련할 예정이다.

기능을 나누더라도 사업 과정에서 두 기관의 공동 판단이 필요한 지점은 남는다. 지금은 LH 내부에서 이어지는 업무지만, 분할 이후 두 기관에 걸치는 사업은 별도 법인 간 협의와 비용 정산이 필요할 수 있다.

주택을 짓고 넘겨받는 단계가 대표적이다. 개발공사가 공공임대를 짓고 자산공사가 인수하는 구조라면 품질과 설비 수준부터 인수가격까지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 있다. 건설 단계에서 아낀 공사비가 입주 후 관리·수선비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운영기관이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초기 공사비와 장기 운영비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수가격을 낮추면 개발기관의 원가 회수가 어려워지고, 높이면 운영기관의 재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기관 간 가격 조정만으로 전체 비용이 줄지는 않는다. 국토부가 구체적인 인수 방식을 정할 때 품질과 인수 시점, 비용 정산 기준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준공 후 하자 처리도 마찬가지다. 시공사의 하자보수 의무와 별개로 누가 보수를 요구하고 입주자에게 대응할지 정해야 한다. 긴급 수선은 먼저 조치할 기관과 사후 정산 절차를 명확히 해야 책임을 다투는 동안 입주자가 불편을 겪는 일을 막을 수 있다.

토지 확보 단계에서는 비축과 개발의 결정이 맞물린다. 자산공사가 토지은행 등 비축 기능을 담당하고 개발공사가 실제 개발을 맡는다면 확보한 토지를 언제, 어떤 가격에 공급할지가 쟁점이다. 금융비·관리비를 공급가격에 반영하면 개발기관 부담이 커지고,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 비축기관에 부담이 남는다. 개발 일정이 늦어질 때 추가 보유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공동 사업계획과 공급 기준에 담아야 한다.

매입임대처럼 건설과 운영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사업도 있다. 주택 선정부터 가격평가와 권리분석, 품질검수, 수선, 임대운영까지 하나의 사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신축 매입약정은 준공 전 품질 관리와 준공 후 인수 책임을 연결하는 업무분장이 필요하다.

두 기관의 업무는 주택을 공급한 뒤에도 다시 맞물린다. 자산공사가 보유·운영하는 노후 공공임대의 재정비를 개발공사가 맡는다면 사업 시점과 비용, 기존 입주자의 이주·재입주를 함께 결정해야 한다.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하자·관리비·입주자 수요 정보가 다음 주택의 설계에 반영될 통로도 필요하다.

과거 개혁과의 연결도 과제다. 정부는 전관·부실업체 통제와 공정한 업체 선정 등을 위해 2024년부터 LH 공공주택의 설계·시공·감리업체 선정·계약 업무를 조달청으로 이관하고 계약 이후 사업관리는 LH가 맡도록 했다. 이번에는 개발·운영기관 사이의 경계까지 추가되는 만큼 기존 외부 견제를 유지하면서 중복 심사와 책임 공백을 막는 설계가 요구된다.

국토부가 마련할 세부안의 쟁점은 두 기관의 업무분장과 공동 사업의 의사결정 방식이다. 토지 공급이나 주택 인수 조건에 이견이 생겼을 때 누가 언제까지 조정할지, 준공·운영 실적을 실제 입주와 하자 처리까지 연결해 어떻게 평가할지가 주요 설계 과제로 남는다.

최경호 주거중립성연구소장은 “기존에는 한 조직 안에서 개발로 번 돈을 공공주택 등 필요한 곳에 쓰도록 국가가 공기업에 맡기는 구조였다면, 분할 이후에는 개발공사는 개발에 전념하고 자산공사는 다양한 공공주택 자산을 관리·운영하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하는 공공주택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3기 신도시 이후 대규모 택지개발 여력이 줄면서 땅을 팔아 수익을 내고 이를 다른 사업에 투입하는 기존 패러다임도 한계에 왔다”며 “LH 분할은 새로운 재무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거쳐야 할 지점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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