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상품지원부문 대표 "지금은 공격투자 잠시 접어둘 때"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상품지원부문 대표사진미래에셋증권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상품지원부문 대표  [사진=미래에셋증권]

9월에도 증시는 혼조세다. 1만피를 향하던 거침없던 기세는 사라진 지 오래다. 전쟁, 금리, 환율 등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소재들만 넘쳐난다. 투자 전략과 방향을 설정하기 어려운 혼돈의 시기에 전문가들은 어떤 투자 전략을 제시할까.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상품지원부문 대표가 내놓은 진단은 명쾌했다. "지금은 공격 투자를 잠시 접어둘 때"라고 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빠르게 올랐지만 높은 금리와 기업들의 투자 부담이 겹치면서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박 대표를 최근 만나 하반기 증시 전망과 투자전략을 들어봤다. 박 대표는 20년 넘게 미래에셋증권에서 거시경제·자산배분 등을 담당한 전문가다. 올해 초까지 리서치센터장을 맡았다가 상품지원부문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특정 테마에 집중하기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인덱스에 투자하고 주식과 채권을 적절히 나누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식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며 "주식 안에서도 개별 테마보다는 인덱스를 선호하고 여러 전략을 섞어 변동성을 낮추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쏠린 한국 증시…AI 정점이 변수
박 대표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높은 반도체 의존도'를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S&P500이나 나스닥도 AI와 반도체 업황의 영향을 받지만 한국 증시와 비교하면 변동성이 훨씬 낮다"며 "미국은 산업과 기업 구성이 다양하지만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화장품이나 바이오 등이 좋은 흐름을 보여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을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한국 증시에서는 반도체 대형주 움직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AI에 대한 수요 자체가 당장 꺾일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메모리 수요가 2027년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다만 주가를 결정하는 것은 수요의 절대적인 수준보다 성장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AI 산업을 둘러싼 우려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방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2023~2024년에는 빅테크들이 자체 현금흐름을 활용해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당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오라클 등을 계기로 자금 조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빅테크들이 채권 발행 등 차입을 통해 AI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시작하면서 AI 투자가 얼마나 빠르게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시장이 따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2026년에는 구글의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고 2027년에는 이런 기업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차입이 늘고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결국 AI 투자의 수익화 여부가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I가 정점을 찍었다는 논란도 내년 이후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밸류에이션보다 실적 지속성이 중요"
현재 증시 밸류에이션은 겉으로 보면 부담스럽지 않다는 게 박 대표의 판단이다. 2026~2027년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주가수익비율(PER)이 크게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박 대표는 "지금 보이는 밸류에이션은 괜찮다"며 "그런데 시장이 궁금한 것은 2028년과 2029년에도 지금 같은 실적이 계속될 수 있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밸류에이션만 낮다는 이유로 안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향후 이익의 지속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가 자산 배분 차원에서 미국 주식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수익률 전망 때문이라기보다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판단이다. 박 대표는 "미국 시장은 무언가 문제가 생기더라도 결국 회복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며 "장기적인 자산 배분을 미국 중심으로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코스피 7000~8000 가면 리밸런싱 매물"
외국인 수급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대규모 순매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국내 증시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한국 주식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리밸런싱 차원에서 매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박 대표는 "현재 코스피 6000~7000선에서는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사지도, 크게 팔지도 않는 균형 상태"라며 "지수가 다시 7000~8000선까지 올라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한국 주식 비중이 다시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리밸런싱 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증시가 이미 많이 오른 상태라 추가로 오르는 상황에서는 외국인이 비중을 늘리기 어렵다"며 "다른 국가들이 같이 올라 상대적으로 한국 비중이 낮아져야 외국인이 다시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수급 방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만 상승하기보다는 글로벌 증시 전반이 동반 상승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고금리 시대…“장기채보다 단기채”
금리 역시 앞으로 투자 전략에서 중요한 변수로 꼽았다. 박 대표는 최근 글로벌 금리가 오르는 배경으로 선진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와 글로벌 투자 증가를 들었다.
 
여기에 AI 관련 설비투자가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빅테크와 관련 기업들이 AI 투자를 위해 채권을 발행하면 시장에서 장기간 묶이는 자금이 늘어나고, 이는 채권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업종이 금리 상승에 따른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오히려 높은 금리 환경에서는 성장주 역시 대규모 투자에 대한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당장 금융위기와 같은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지금은 공격적으로 투자할 때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업종 중에서는 경기방어 성격이 강한 소비재를 상대적으로 선호했다.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요구하지 않는 기업은 고금리와 변동성이 높은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는 이유다. 채권에서는 장기채보다 단기채를 선호했다. 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장기채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ELS·금·브라질채권도 분산 수단
변동성이 높은 시장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도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ELS의 쿠폰 등 상품 조건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일부 ELS에서 높은 쿠폰과 상당한 수준의 주가 하락을 감내하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ELS 역시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구조를 꼼꼼히 따져봐야 하며 투자 비중도 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금과 브라질 채권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 대표는 "금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글로벌 중앙은행, 특히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달러 자산 비중을 낮추고 금을 사들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 채권은 약 15% 수준의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세금도 없다면서 다만 위험도 높은 상품으로 평가했다.

그는 "주식과 채권을 6대4 정도로 가져가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5대5 수준으로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지금처럼 변동성이 높은 환경에서는 기대수익률을 조금 낮추더라도 안정적으로 자산을 키우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