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일부 학생들은 교과서도 없이 첫 수업을 맞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 책을 구하기 위해 땡볕에 수십km를 이동하고 밤늦게까지 서점을 전전하는 모습까지 등장했다. 올해부터 전국 단일 교과서 체제가 도입돼 수요 예측이 쉬워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지역별 조달 지연, 학교의 늦은 주문, 되팔이 논란까지 겹치면서 개학철 교과서 품귀가 교육 현장의 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6일(현지 시각) VnExpress 등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최근 호찌민시 곳곳의 서점에서는 2026~2027학년도 수업을 앞두고 교과서를 찾는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호찌민시 학생 260만 명 이상이 개학식에 참석했지만 다음 날까지도 일부 학년과 과목의 교과서는 서점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A씨는 교과서를 사기 위해 6일 오전 응우옌안투 거리의 프엉남 서점을 찾았다. 앞서 그는 20km 떨어진 다른 서점까지 다녀왔지만 역사·지리 등 총 5권의 교과서를 구하지 못했다. A씨는 “여러 곳을 더 가봤지만 모두 새 책은 다음 주에 들어온다고 했다”며 “새 학년은 이미 시작됐는데 책이 없다”고 말했다.
B씨 역시 같은 날 오전 서점 4곳을 돌았지만 9학년 교과서 체험활동을 포함해 총 6개의 교과서를 찾지 못했다. 그는 학교를 통해 구매 신청을 했지만 필요한 책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B씨는 “밤에도 몇 군데를 더 가볼 생각”이라며 “서점마다 한 권씩이라도 구해 겨우 맞춰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베트남교육출판사 서점은 최근 2주 동안 하루 약 3000명이 찾을 정도로 붐빈 것으로 나타났다. 6일에도 이른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학부모와 학생들이 몰렸다. 일부 학부모는 서점 10곳 가까이 돌아다녔지만 자녀에게 필요한 책을 모두 사지 못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호찌민시의 교과서 품귀 현상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라이성에서는 새 학기를 앞두고 교과서 수요가 몰렸고 일부 학부모들은 한 달 전부터 서점에 연락처를 남기고 기다렸지만 책이 들어온 지 한 시간 만에 동나는 사례도 있었다.
껀터에서도 개학식 이후 첫 수업을 앞둔 6일 밤까지 학부모들이 자녀 교과서를 구하러 서점을 찾았고 다낭에서는 개학을 하루 앞두고 서점 4~5곳을 돌아도 필요한 책을 다 맞추지 못했다는 학부모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다낭의 한 고등학교는 교과서 공급이 늦어지자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교직원들이 임시로 자료를 복사·제본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방식으로 수업 첫날을 준비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개학 전날까지 이어진 ‘교과서 원정’
교과서 품귀 현상은 특정 학년에만 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교육출판사 서점은 4학년 역사·지리, 5학년 역사·지리, 2학년 베트남어 1권, 2학년 수학 1권 등이 20일 이후에나 공급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일부 서점은 종이책을 기다리는 동안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무료 PDF 전자책을 확인하거나 출력할 수 있도록 인터넷 주소를 공지하기도 했다.
품귀가 길어지면서 되팔이 논란도 불거졌다. 베트남교육출판사 측은 일부 사람들이 교과서를 사들인 뒤 필요한 학부모에게 원래 가격의 3~4배에 되파는 사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서점들은 수요가 몰리는 기간에 한 사람이 살 수 있는 교과서 세트 수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출판사 측은 전체 발행량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베트남교육출판사는 교과서 2억2800만 권과 익힘책·참고서 8400만 권을 이미 발행했다고 밝혔다. 교과서 발행량이 당초 계획과 최초 주문량을 150% 이상 웃돌았다는 설명이다. 또 9월 1일부터 6일까지 늦게 주문한 학교와 부족 물량 보충을 위해 약 250만 권을 추가 공급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학교별 주문 시점에 따라 실제 수령 시기가 크게 엇갈렸다는 점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이전에 구매 등록을 마친 학교에는 필요한 책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반면 이후에 신청한 학교는 순차적으로 책을 받게 되며 9월 중순까지는 학생과 학교에 교과서가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측은 올해 공급 차질의 원인으로 지역별 행정 일정 차이를 꼽았다. 무료 교과서 정책을 시행하는 지역마다 계획 수립, 예산 승인, 조달 절차, 배분 시점이 달라 수요가 크게 출렁였다는 것이다. 출판사는 실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9월 중 교과서와 익힘책 1700만 권을 추가 인쇄하기로 했다. 남은 물량은 태풍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 교과서 기부 수요, 지역별 학생 수 변동에 대비한 예비분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학교들은 수업 공백을 막기 위해 임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같은 내용을 배울 수 있도록 디지털 자료를 활용해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교과서를 함께 볼 수 있도록 모둠 활동을 지시했고 프로젝터로 수업 자료를 띄워 학생들이 내용을 따라갈 수 있게 했다.
학부모들 분통…“학생 수 뻔한데 왜 책을 못 맞추나”
개학이 코앞인데도 책을 구하지 못한 학부모들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 수업은 바로 시작되는데 필요한 교과서를 어디서도 구할 수 없고 온라인에 올라온 PDF나 복사본으로 버티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아이 6학년 교과서를 아직 못 샀다. 내일 학교에 가는데 책이 없다. 이런 해는 없었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전국이 한 종류의 교과서를 쓰면 여러 종류를 쓰던 때보다 수요 예측과 인쇄가 더 쉬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왜 학부모가 땡볕에 수십km를 다니며 책을 찾아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 수를 미리 알 수 있는데도 교과서가 부족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 댓글 작성자는 “학년별 학생 수는 매년 기록돼 있는데 왜 책이 부족하냐”며 “조금 더 찍어도 다음 해에 쓸 수 있는 책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조카 9학년 교과서를 사려고 서점 5~6곳을 돌았지만 못 구했다”며 “애들이 전날 밤에 예습하려면 무슨 책을 보고 해야 하나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학교와 당국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학교가 학생 수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부모가 너무 적게 신청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학부모는 “6월부터 샀는데도 2학년 아이 책을 아직 다 못 갖췄다”고 밝혔다.
일부 학부모는 단일 교과서 체제에서 품귀가 벌어진 점을 더 납득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 이용자는 “예전에는 여러 교과서가 있어 경쟁 때문에 많이 찍기 어려웠다고 해도 지금은 한 세트만 쓰는 상황”이라며 “남으면 내년에 쓰면 되는데 부족하게 찍어 품귀를 만든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한편 2026~2027학년도부터 베트남 전역에서는 단일 교과서 체제가 적용된다. 여러 종류의 교과서가 함께 쓰이던 때보다 수요 예측이 수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호찌민시에서는 개학을 전후해 학부모들이 교과서를 구하러 서점을 전전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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