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민박 시설이 가장 많은 도쿄 신주쿠구가 주택가와 학교 주변에서 민박 영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새로 문을 여는 민박뿐 아니라 이미 영업 중인 시설도 대상이다. 이에 따라 신주쿠구 전체 민박의 절반이 넘는 약 2000곳이 영업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방일 관광객의 숙박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민박을 확대해왔지만, 주민 피해가 커지자 신주쿠구가 기존 시설까지 영업을 막는 강도 높은 규제를 꺼내든 것이다. 규제가 시행되면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신주쿠의 숙박 공급이 줄어 숙박비가 올라갈 수 있다.
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신주쿠구는 민박 관련 조례를 개정해 도시계획상 주거전용지역과 학교 등이 밀집한 문교지구에서 민박 영업을 금지할 방침이다. 기존 시설에도 일정한 유예기간을 거쳐 규제를 적용한다. 집주인이 해당 시설에 거주하며 직접 관리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예외적으로 영업을 허용할 계획이다.
상업지역에서도 민박 영업 가능 일수를 현행 연 180일에서 120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닛케이에 따르면 신주쿠구는 현재 주거전용지역에서 평일 영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연 180일까지 영업할 수 있다. 구는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2월 구의회 정례회에 조례 개정안을 제출하고 2027년 여름 시행을 목표로 한다.
민박이 늘면서 관련 민원도 급증했다. 신주쿠구에 2025년도 접수된 민박 관련 민원·상담은 불법 민박 관련 사례를 포함해 1334건으로 전년도보다 542건 늘었다. 쓰레기 배출 규정 위반과 소음, 사유지 무단 출입 등에 대한 민원이 잇따랐다.
구는 법령 위반을 반복한 사업자 29곳에 영업정지 명령을, 5곳에 민박 폐지 명령을 내렸지만 민원은 줄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신주쿠구는 지난해 12월 업무 개선 명령을 받고도 시정하지 않은 사업자에게 민박 폐지 명령을 내렸다. 도쿄도에서 이 같은 조치가 내려진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구는 위반 사업자를 일일이 적발해 처분하는 방식만으로는 주민 생활환경 악화를 막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주쿠구 간부는 요미우리에 "문제가 있는 민박에 일일이 대처할 인력도 부족하다"며 "일률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방일 관광객의 숙박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민박법을 제정해 2018년 6월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민박과 관련한 분쟁과 민원이 이어지자 일본 관광청은 지난 7월 주거·교육 환경이 훼손될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특정 지역의 민박 영업을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통지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 달리 적절한 대책이 없을 경우에는 기존 시설에 대해서도 일정한 유예 기간을 둔 뒤 영업을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박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 오타구는 주거전용지역과 초·중학교 반경 100m 이내에서 민박 영업을 금지하고, 그 밖의 지역에서도 토요일 정오부터 월요일 정오까지만 영업을 허용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닛케이는 도시마구도 오는 12월부터 구내 70%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신규 민박 개설을 금지하고, 기존 시설의 영업일은 연간 120일로 제한한다고 전했다. 교토시도 주택지와 공업용지에서 민박 영업을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신주쿠구와 달리 규제 대상은 신규 시설로 한정된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기존 시설의 영업까지 일률적으로 금지하려는 신주쿠구의 방안은 일본에서도 극히 이례적이다. 야마시타 마사키 JTB종합연구소 펠로는 "규제의 필요성을 사업자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문제를 일으킨 사업자가 다른 지역으로 영업 거점을 옮기거나 여관업으로 업종을 바꿀 가능성도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숙박업 전반의 관리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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