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언제까지 아주대 평택병원 건립 '표류'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것인가'라는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 '아주대학교 평택병원' 건립을 위한 협약이 맺어진 것은 8년 전이다. 2021년 아주대병원과 투게더홀딩스 컨소시엄이 의료복합타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2022년에는 평택시와 아주대학교, 브레인시티PFV가 500병상 규모 병원 건립을 위한 이행협약까지 체결했다. 당시 아주대 측이 밝힌 목표는 2027년 말 준공이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병원은 첫 삽을 뜨지 못했고, 개원 목표는 2031년으로 밀렸다. 시민들은 "8년을 기다렸는데 왜 아직도 병원은 땅 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다. 대학병원은 간판만 가져온다고 세워지는 시설이 아니다. 수천억 원의 건축비가 필요하고, 문을 연 뒤에는 의료진 확보와 첨단장비 도입, 운영비까지 감당해야 한다. 대학과 병원 입장에서는 경제성과 지속가능성을 계산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방자치단체는 시민들의 의료서비스 개선과 지역개발 효과 때문에 이름 있는 대학병원을 유치하려 한다. 이 두 이해관계가 만나는 지점이 결국 '누가 얼마를 부담할 것인가'라는 돈의 문제다. 처음에는 장밋빛 청사진으로 출발했다가 건축비가 올라가고 사업성이 악화되면 추가 지원과 개발조건 변경 문제가 불거지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용인에서도 전임시장 시절 대학병원 건립 사업 일부가 무산되는 등 '대학병원 유치'라는 이름만 믿고 사업을 밀어붙였다가 현실적인 재원 문제가 발목을 잡은 사례가 있었다. 화성 동탄2신도시 대학병원 유치사업은 2025년 첫 공모에 의료기관들이 참여를 검토했지만 실제 사업 신청으로 이어지지 않아 한 차례 무산됐다.
당시 의료시설과 지원시설, 주상복합 등을 결합한 대규모 개발사업의 막대한 토지비와 공사비, 수익성 등이 부담으로 지적됐다. 이후 LH는 조건을 손질해 2차 재공모에 나서 사업협약을 체결해 추진 중이다. 결국 대학병원 하나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의 이름보다 먼저 가능한 사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평택은 더 뼈아픈 기억도 가지고 있다. 바로 브레인시티 성균관대 유치 무산이다. 브레인시티의 핵심 앵커시설로 기대를 모았던 성균관대 유치는 오랜 논란 끝에 2018년 결국 무산됐다. 이후 평택시는 새로운 연구·교육시설과 의료시설 유치를 통해 브레인시티의 그림을 다시 그려야 했다.
따라서 아주대 평택병원 문제는 단순히 병원 하나의 개원 시기가 늦어지는 문제로 볼 일이 아니다. 브레인시티 핵심 시설을 둘러싼 시민의 신뢰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주대 평택병원의 문제는 어디에서 풀어야 하는가. 첫째는 돈이다. 당초 2900억 원이던 건립비가 4500억 원 수준으로 늘었다면 추가되는 1600억 원을 누가, 어떤 근거로, 얼마씩 부담할 것인지부터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추가 부담을 민간사업자가 감당할 수 있는지, 브레인시티 PFV가 부담할 경우 그 재원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향후 평택시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재정 부담 가능성은 없는지도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병원은 반드시 건립된다는 말보다 시민이 알고 싶은 것은 누가 돈을 내서 어떻게 지을 것이냐다.
2027년을 바라보던 시민에게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 2031년이라고 얘기한다. 문제는 계획 변경 그 자체가 아니라 변경된 계획을 뒷받침하는 재원과 계약, 사업자가 확실하느냐다. 2031년이라는 숫자만 다시 달력에 표시한다고 병원이 지어지는 것은 아니다. 설계 착수와 인허가, 사업비 조달, 시공사 선정, 착공과 준공까지 단계별 일정과 책임 주체를 시민에게 내놓아야 한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병원 건립비가 정확히 얼마인지, 아주대학교와 브레인시티 PFV, 민간사업자가 각각 얼마를 부담하기로 했는지, 추가 건립비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투게더홀딩스의 합의해지 요청에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대체사업자 확보 가능성은 있는지, 그리고 2031년 개원을 담보할 계약상 장치는 무엇인지 시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평택시의회 의원들이 지난 1일 아주대 평택병원 문제와 관련해 시장과 국회의원, 시의회가 참여하는 논의기구 구성을 요구했다.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모여 병원 건립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문을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협약은 이미 여러 차례 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협약이 아니라 실행할 수 있는 자금조달표와 공정표다.
해현경장(解弦更張)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거문고 줄이 느슨해졌다면 풀어서 다시 팽팽하게 매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난다는 뜻이다. 아주대 평택병원도 마찬가지다. 처음 짠 사업 구조가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시장 변화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붙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이제는 시민들에게는 약속이 아니라 확실한 실행 계획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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