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선트, 日에 사실상 금리 인상 압박…장기금리 30년 만에 3%

  • "엔화 강세 조치 나설 것" 9월 BOJ 금리인상 확률 90% 넘어

  • 적극재정 우려 겹치며 국채 매도…엔화 방어·이자 부담 딜레마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 측에 금리 인상과 재정 건전성 확보를 동시에 압박했다. 지난 7월 말 미·일 공동 외환시장 개입에도 엔화 가치가 다시 달러당 160엔대로 떨어지자, 시장 개입만으로는 엔저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한때 연 3%까지 올라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저를 막으려면 정책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장기금리까지 오르면 일본 정부의 이자 부담은 커진다.

1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에린 브라운 미국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베선트 장관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계기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와 가타야마 사쓰키 재무상을 잇달아 만났다고 밝혔다. 브라운 차관은 베선트 장관이 두 사람에게 "일본이 앞으로 재정 지속 가능성 확보 방안과 금리 인상 경로를 시장에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가타야마 재무상도 회담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7월 말 미·일 협조 개입 이후 두 사람이 대면한 것은 처음이다. 가타야마 재무상은 회담 후 기자단에 "질서 있는 엔화 시세는 세계 금융시장 안정에 불가결하며, 미·일의 협조적 대응이 이 공통 목적에 기여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재정 지속 가능성 요구에 대해서는 "강한 경제와 재정 지속 가능성을 양립시키겠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해를 얻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금융정책의 구체적 수법은 BOJ에 맡겨져 있어 그런 논의는 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7월 31일 개입 직후 달러당 155엔대까지 올랐던 엔화 가치는 이후 다시 밀려 160엔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31일 미국 CNBC 인터뷰에서도 "일본 정부와 BOJ가 엔화 강세로 이어지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BOJ의 조기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시장은 이미 그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며 "나는 시장이 갖고 있지 않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외환시장 개입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균형 수준에 영향을 줄 수 없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신호를 보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베선트 장관이 일본에 통화·재정정책의 변화를 함께 주문한 것은 엔화와 일본 국채시장의 불안이 미국으로 번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이 엔화 약세뿐 아니라 일본의 장기금리 상승이 미국 금리를 끌어올릴 위험도 경계해왔다고 분석했다.

BOJ가 정책금리를 올리면 미·일 금리 차가 줄어 엔저를 막을 수 있다. 반면 다카이치 정부의 적극재정으로 재정 불안이 커져 일본 장기금리가 급등하면 생명보험사 등 일본 기관투자가가 미국 국채 투자를 줄이고 자금을 일본 국내로 돌릴 수 있다. 일본의 미국 국채 수요가 줄면 미국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미국의 가계와 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미국의 요구는 정책금리를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올리되, 재정 불안에서 비롯된 장기금리 급등은 막으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이날 도쿄 채권시장에서 지표금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3.000%까지 올랐다. 3%를 기록한 것은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금융시장은 BOJ가 9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확률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 12월까지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도 70%에 달했다. 9월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빠르게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장기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정책금리와 10년물 금리는 성격이 다르지만 서로 무관하지 않다. BOJ의 금리 인상 전망으로 앞으로 더 높은 수익률에 국채가 거래될 것이란 기대가 생기면 투자자는 기존의 저금리 국채를 팔려고 한다. 국채 매물이 늘어 가격이 떨어지면 수익률인 금리는 오른다. 국채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10년물 금리는 금융정책뿐 아니라 물가와 경제성장률, 재정 전망까지 반영돼 결정된다.

다만 이날 장기금리 상승에는 BOJ의 금리 인상 전망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닛케이는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달 28일 잭슨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에 확신이 없다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2025년 1월 이후 최고인 4.7%대 후반으로 오른 데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것도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일본의 재정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27회계연도 예산 편성을 위한 부처별 요구액이 사상 최대인 143조엔 안팎으로 불어나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적극재정에 대한 경계도 일본 국채 매도를 부추겼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당시인 지난해 10월 1.6%대였던 장기금리는 1년도 지나지 않아 3%에 도달했다.

문제는 3%까지 오른 금리가 국채 매수세를 되살릴 수 있느냐다. 이날 일본 재무성이 실시한 10년물 국채 입찰에서 최고 낙찰금리는 3.011%로 1996년 8월 이후 30년 만에 3%를 넘어섰다. 금리 수준에 주목한 매수가 들어오면서 시장에서는 "우려했던 것만큼 저조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재정 불안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투자자들은 지금 국채를 샀다가 가격 하락으로 손실을 볼 수 있어 매수를 미룰 수 있다. 기무라 류타로 BNP파리바자산운용 수석 채권전략가는 닛케이에 "장기금리 3%는 투자 매력이 있는 수준으로 보이지만, 확장재정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신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장기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닛케이가 시장 전문가들을 긴급 조사한 결과 올해 고점 전망은 대체로 3.0~3.15%였지만, 내년에는 3.5%, 경우에 따라 4% 부근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을 더 풀면 BOJ의 추가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재정 불안까지 겹치면서 장기금리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은 엔저를 막기 위해 정책금리를 올리면서도 재정 신뢰를 회복해 장기금리 급등과 정부 이자 부담 확대를 막아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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