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채 40조 달러의 역습…베선트, 국채·외환시장 잇단 개입

  • 블룸버그 "수십 년 만에 가장 적극적 재무장관"

  • 바이백·日엔화방어 공조 등 장기금리 급등에 개입 강화

  • 재무부는 금리 낮추고 연준은 물가 잡고

  • 재정·통화정책 엇박자 우려 목소리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국가부채가 40조달러(약 5경5600조원)를 넘어선 가운데 장기 국채금리까지 치솟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국채·외환시장에 잇따라 개입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베선트 장관이 올해 예상 밖의 시장 개입 조치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수십 년 만에 금융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미국 재무장관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과거 재무장관들이 금융위기 등 시장 불안이 심각한 상황에서 개입했던 것과 달리, 베선트 장관은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더글러스 레디커 인터내셔널캐피털스트래티지스 매니징파트너는 "베선트는 최근 수십 년간 필요했던 수준의 위기 요인이 없어도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접근법을 시장에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장 최근 조치는 장기 국채 바이백(재매입) 확대다. 미 재무부는 이날 10∼30년물 국채의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대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린다고 밝혔다. 불과 2주 전 이번 분기 바이백 일정을 발표한 뒤 추가 조치에 나선 셈이다.

재무부는 이달 초엔 향후 장기 국채 발행 규모를 줄일 가능성도 열어뒀다. 지난달 31일에는 일본과 공조해 약 30년 만에 처음으로 엔화를 매입했다. 올해 초에는 미 당국이 은행에 엔화 거래가격을 문의하는 이른바 '레이트 체크(rate check)'에도 나섰다. 

시장에서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영국 파운드화와 일본 엔화 등에 대규모 베팅했던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베선트 장관의 공격적인 시장 대응 방식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 소벨 전 미 재무부 관리는 "그는 분명히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헤지펀드 출신 경력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베선트와 현 행정부가 장기금리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베선트 장관이 시장 안정에 직접 나서는 배경에는 미국의 불어난 국가부채와 차입 비용 상승이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와 대규모 재정적자,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이번 주 30년물 미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뛰었다.

국가부채가 40조 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국채금리 상승은 정부의 이자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 높은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 등 민간 차입 비용에도 영향을 미쳐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백 확대는 일단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냈다. 발표 이후 10년물 국채금리는 약 6bp(1bp=0.01%포인트), 30년물은 약 9bp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재무부가 장기금리의 추가 상승을 그대로 두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레고리 파라넬로 아메리벳증권 미국 금리거래·전략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금리 상승을 멈추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재무부의 금리 억제 조치가 연준의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장기 국채금리가 오르면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이 높아져 연준이 기준금리를 직접 올리지 않더라도 금융여건이 긴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하지만 재무부가 바이백을 통해 장기금리를 끌어내리면 이런 효과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윌 스티스 윌밍턴트러스트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은 장기 국채금리 상승이 연준을 대신해 긴축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연방기금금리를 반드시 올릴 필요는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며 "그런데 이제 재무장관이 사실상 그 효과를 되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연준이 정책금리를 직접 더 올려야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지 않을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스는 "연준과 재무부가 사실상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재무부의 조치로 금융여건이 완화될 경우 연준이 당초 예상보다 기준금리를 더 많이 조정해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브루수엘라스 RSM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재무부의 조치가 물가상승률을 2% 목표로 낮추려는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워시 의장은 그동안 정부나 연준이 직접 개입하기보다 시장에서 금리가 형성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재무부의 바이백만으로 장기금리 상승세를 지속적으로 꺾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중앙은행 전략 책임자는 "즉각적인 효과는 상당히 인상적"이라면서도 "이번 조치가 장기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의 2026회계연도 재정적자는 종료를 두 달 앞둔 현재 1조8000억 달러에 달한다.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메디케이드, 국채 이자비용이 지출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국방비 증가와 추가 감세 가능성도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로빈 브룩스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부채를 줄이고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수익률 곡선을 조작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이 밀러 취리히보험 수석 전략가도 재무부의 강한 개입 의지가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도 "방만한 재정정책을 해결하지 않는 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