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주유소, '전국 동일가격' 종료 수순...가격 자율화 전환

  • 정부 기준가격 정기 공표 대신 기업별 자율 가격 산정 추진

  • 가격 경쟁 확대 기대 속 지역별 격차·시장 혼선 우려도 부상

호찌민 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 전경 사진김혜인 통신원
호찌민 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 전경 [사진=김혜인 통신원]

베트남이 휘발유와 경유 소매가격을 기업이 직접 정하는 방향으로 가격 관리 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추진한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같은 날에도 주유소별 가격이 달라질 수 있고 한 주유소의 가격이 오전과 오후 사이 변하는 상황도 가능해진다.

2일(현지시간) VnExpress 등 베트남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산업무역부는 현재 마련 중인 석유사업 시행령 초안에서 국가가 정기적으로 기준가격을 공표하는 현행 방식을 기업 중심의 가격 결정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은 국가가 정한 공통 산식을 적용하되 실제 매입가격과 조달비용 등을 반영해 소매가격을 자체적으로 산정하게 된다.

가격 결정 방식의 핵심은 기업의 자율성 확대다. 응우옌 비엣 선 산업무역부 차관은 지난달 30일 시행령 초안 의견수렴 회의에서 소매 석유제품 가격 관리 방식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새 체계에서는 정부가 지금처럼 정기적으로 기준가격을 직접 발표하지 않고 기업이 시장 상황을 반영해 판매가격을 결정하는 구조가 적용될 예정이다.

쩐 흐우 린 산업무역부 국내시장관리개발국장은 주유소마다 다른 가격이 나타나는 상황도 새로운 제도에서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은 시장의 소매가격을 완전히 스스로 결정하게 된다. 시행령이 발효되면 각 주유소의 가격이 서로 달라지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영업 방침에 따라 한 주유소에서도 휘발유 가격이 "아침에 올랐다가 오후에 바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호찌민 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 전경 사진김혜인 통신원
호찌민 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 전경 [사진=김혜인 통신원]

기업이 적용할 가격 산식은 매입가격과 조달비용, 표준 영업비용, 이윤, 세금으로 구성된다. 매입가격과 조달비용은 실제 영업 상황을 토대로 각 기업이 정하고 이윤 역시 기업이 직접 결정한다. 다만 표준 영업비용은 정부 관리 영역으로 남는다.

산업무역부는 표준 영업비용의 최초 기준을 제시한 뒤 기업이 매년 소비자물가지수(CPI) 변동에 맞춰 해당 비용을 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3년마다 기업이 제출한 독립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관련 기준을 다시 검토해 공표할 계획이다.

가격 자율화는 주유소 간 경쟁에도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린 국장은 기업마다 실제 비용 구조가 다른 만큼 판매가격 역시 달라질 수 있으며 소비자는 주유소와 유통망별 가격을 비교해 구매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이 낮고 공급망 운영 효율이 높은 기업은 판매가격을 낮춰 고객 확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산업무역부의 판단이다.

다만 가격 차이가 모든 지역에서 같은 수준의 경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산업무역부는 사업자와 소매점이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별 가격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을 새 제도의 쟁점으로 보고 있다. 기업이 가격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만큼 유통망 내부의 할인율도 국가가 정한 수준이 아니라 각 업체의 영업 전략과 비용 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베트남 석유협회도 가격 자율화가 시장 경쟁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찐 꽝 카인 베트남 석유협회 상임부회장 겸 사무총장은 기업의 가격 결정권 확대가 석유제품 가격을 시장 원리에 맞게 운영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는 선택할 권리가 있다. 같은 지역에서 한 주유소가 10동에 팔고 다른 곳이 10.2동에 판다면 어디에서 구매할지는 소비자가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응우옌 반 득 타이응우옌 석유가스주식회사 부국장도 비용 절감 능력이 가격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봤다. 그는 "서로 가까운 두 주유소가 크게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상황은 생기기 어렵다. 가격이 높은 곳에서는 아무도 사지 않기 때문"이라며 "경쟁하려면 기업은 시장가격 수준이나 그 이하로 판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 자율화와 함께 유통구조 개편도 추진된다. 산업무역부는 지난 10~15년 동안 석유 유통망에 중간 단계가 지나치게 많아 단계별 비용이 추가되고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새 시행령 초안은 석유사업자를 도매업자와 유통업자 등 두 가지 주요 유형으로 단순화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호찌민 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 전경 사진김혜인 통신원
호찌민 시에 위치한 한 주유소 전경 [사진=김혜인 통신원]


정부가 가격 관리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응우옌 비엣 선 차관은 석유제품이 생산과 사업 활동, 국민 생활, 에너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필수품인 만큼 정부가 감독과 개입 수단을 계속 보유한다고 밝혔다.

초안에는 가격이 1~4주 동안 지속적으로 움직이거나 단기간 누적 변동률이 15~20% 이상에 이르러 사회·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경우 가격 안정 장치를 가동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산업무역부와 재무부는 필요할 경우 정부에 가격 안정 정책과 적용 기간을 제시할 수 있으며 최소 공급량, 유통·국가 비축분, 세금, 재정·통화 정책, 가격안정기금 등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정부가 일정 기간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가격 급변 시 개입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페트롤리멕스 측은 15~20%의 가격 변동이 발생했을 때 어느 시점부터 안정 장치를 작동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현장에서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산업무역부는 시장과 기업, 소비자에게 큰 영향을 주는 쟁점을 추가 검토한 뒤 권한 있는 기관에 제출할 방침이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가격 자율화와 함께 석유시장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연결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무역부는 수출입, 재고, 유통, 송장 정보를 관리 시스템과 연계하고 소비자가 주유소 위치와 유종, 가격, 부가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하고 있다. 기업의 가격 결정권이 확대되는 만큼 주유소별 가격 차이를 소비자가 정확히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 투명성을 확보하고 가격 급변 시 개입 기준을 구체화하는 문제가 새 제도의 핵심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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