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사라지는 이유는 교육 정책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아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는 거리에서, 마을에서, 학교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현실이다.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들더니 어린이집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초등학교는 학생을 채우지 못해 통폐합된다. 중·고등학교도 사정은 같다. 지방 대학은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해 존폐를 걱정하고, 대학가의 원룸과 상가는 빈 점포가 늘어난다. 인구가 줄면 가장 먼저 학교가 사라지고,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이 무너진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길목에 이미 들어섰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인구 감소가 먼 미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미래가 아니라 이미 현재의 일상이다. 전교생이 20명도 되지 않는 초등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입학생이 한 명뿐인 학교도 있고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입학식 자체를 열지 못하는 학교도 있다. 교실은 그대로 있는데 학생만 사라졌다. 운동장은 그대로인데 뛰노는 아이들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것은 단순히 교육기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다. 학교가 사라지면 젊은 부모가 떠난다. 아이들이 떠나면 문구점도, 분식집도, 태권도장도 사라진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
학교 가운데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곳은 대학이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대학 입시는 치열한 전쟁터였다. 재수는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이 학생을 찾아다니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지방 대학의 위기는 심각하다. 일부 대학은 추가 모집을 여러 차례 실시해도 정원을 채우지 못한다. 학과를 통폐합하고, 교수 정원을 줄이고, 대학 간 통합을 논의하는 곳도 늘고 있다. 대학은 지역경제의 핵심이다. 학생이 줄어들면 대학만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다. 대학 주변의 식당, 카페, 원룸, 서점, 편의점, 복사집까지 함께 어려워진다. 한 대학의 쇠퇴는 하나의 상권이 사라지는 것이고 지역사회 인재 공급의 단절을 의미한다. 지방 대학가는 이미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저녁이면 학생들로 붐비던 거리에는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고, 원룸은 빈방이 늘어난다. 학생을 상대로 장사하던 자영업자들은 하나둘 문을 닫는다. 도시 붕괴 이전에 대학이 먼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도 아니다. 지방에서는 벌써 이런 조짐이 십수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현상이라 대부분 일시적이라 생각했거나 혹은 변화에 둔감했다.
그렇다면 대학들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외국인 유학생 모집이다. 특히 중국 유학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지방 대학에서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유학생이 학교 운영을 유지하는 중요한 축이 되었다. 수도권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국제화 자체는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은 교육의 국제화를 위한 정책이지, 출산율 하락의 대책은 아니다. 한국 학생이 사라지는 자리를 중국 학생으로 메우는 것은 대학의 생존 전략일 뿐 국가의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우리에게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왜 한국 대학들은 한국 학생보다 외국 학생을 찾아다녀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가. 출생아 수 감소는 유치원을 비우고, 초등학교를 비우고,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비운 뒤 마침내 대학을 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않아 노동시장과 기업까지 비우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학교가 사라지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사람이 줄어들면 결국 집이 남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부동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오른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만 바라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처럼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사회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집은 남는데 그 집에 들어와 살 사람이 없어진다.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지방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현실이 된 지 오래다. 대부분 지방에서는 빈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떠난 집은 관리되지 않는다. 지붕이 무너지고 담장이 허물어진다. 잡초가 자라고 쓰레기가 쌓인다. 빈집은 또 다른 빈집을 만든다. 주변 환경이 악화되면 젊은 사람들은 떠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대학가도 마찬가지다. 건물은 그대로 있는데 사람만 사라진다. 도시의 외형은 남아 있지만 도시의 생명력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이미 갔던 길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같은 길을 걸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2023년 주택·토지 통계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빈집은 약 900만채에 이른다. 전체 주택 중 약 13.8%다. 집 일곱 채 가운데 한 채가 비어 있다는 뜻이다. 지방에서는 집을 공짜로 주거나 1엔에 내놓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그래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 시절에는 회원권 가격이 수억 엔에 거래되던 골프장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많은 골프장이 파산하거나 문을 닫았다. 스키장과 콘도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젊은 인구가 줄어들자 이용객이 급감했고, 한때 호황을 누리던 시설들이 폐허처럼 방치되는 사례가 전국에서 나타났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다. 학생 수 감소로 초·중학교 수천 개가 통폐합되었고, 일부 폐교는 주민센터나 복지시설, 관광시설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건물을 다른 용도로 활용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다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빈집은행(Akiya Bank)을 만들어 빈집 정보를 공개하고, 지방으로 이주하는 사람에게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젊은 부부에게 주택 구입비용을 지원하였다. 지방 대학을 통합하고 지역 거점 대학을 육성하려는 정책도 추진하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국가 전체의 인구 감소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출산율은 여전히 낮고, 지방의 공동화도 계속되고 있다. 인구 감소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정책만으로 되돌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일본은 보여주고 있다. 지난 3년간 일본 출산율이 1.1~1.2인 반면 한국 출산율은 훨씬 낮은 0.7~0.8이다.
대한민국은 일본보다 더 빠르다
한국은 흔히 일본을 따라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인구문제만큼은 단순한 '추격'이 아니다. 일본은 수십 년에 걸쳐 경험한 변화를 우리는 10~20년 만에 압축적으로 겪고 있다. 출산율은 일본보다 훨씬 낮고, 수도권 집중은 훨씬 심하다. 지방 대학의 위기 역시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는 아직도 이 문제를 부동산 정책이나 교육 정책 정도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빈집은 부동산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폐교는 교육 정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대학 정원 미달도 대학 구조조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 모든 현상은 하나의 원인에서 시작된다.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있어야 국가가 있다. 사회는 사람이 있어야 유지된다. 학생이 있어야 대학이 있고, 대학이 있어야 도시가 살아난다. 청년이 있어야 기업이 성장하고, 기업이 있어야 일자리가 생긴다. 일자리가 있어야 다시 결혼과 출산이 이루어진다. 이 연결고리 가운데 하나가 끊어지면 다른 모든 것도 함께 흔들린다.
우리는 지금 빈집을 걱정하고 있지만, 사실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걱정해야 한다. 우리는 폐교를 걱정하고 있지만, 사실은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사회를 걱정해야 한다. 우리는 지방 대학의 위기를 말하지만, 정작 청년들이 지방에 남지 않는 이유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저출산을 막기 위해 수백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같은 정책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왜 청년들이 미래를 포기하는지 근본적인 질문부터 다시 던져야 한다. 일본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우리에게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그 미래를 이미 따라가고 있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은 학교도, 집도, 대학도 아니다. 바로 사람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어갈 다음 세대가 사라지고 있다.
학교의 종소리가 멈추는 날, 마을은 조용해진다. 마을이 조용해지는 날, 도시는 늙어간다. 그리고 도시가 늙어가는 순간, 국가의 미래도 함께 늙기 시작한다. 소멸사회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재난이 아니다. 아이 울음소리가 멈춘 순간부터 시작된다. 아이 울음소리는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는 것에서 시작된다. 청년들의 결혼은 그들이 바라보는 불투명한 미래 전망에서 시작된다. 그 결과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는 청년들의 절반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황승연 필자 주요 이력
▷독일 자르브뤼켄 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데이콤 공동 정보사회연구소장 ▷전 한반도 정보화추진본부 지역정보화기획단장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굿소사이어티 조사연구소 대표 ▷상속세제 개혁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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