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日 미야기현, SK하이닉스 공장 유치전…韓정부는 기술유출 우려"

  • 메모리 공급부족에 해외 생산 필요성 커져…日 소재·장비 생태계 강점


  • 美도 삼성·SK 현지 생산 압박…첨단 반도체 해외생산 놓고 한·미·일 이해 엇갈려

sk하이닉스 건물 앞 로고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건물 앞 로고 [사진=SK하이닉스]



일본 미야기현이 SK하이닉스에 반도체 공장 후보지로 약 30만㎡ 규모의 부지를 제안하고 물밑에서 유치 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해 해외 생산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31일 센다이에서 열리고 있는 한일 상공회의소 회의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하면서 현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야기현은 SK하이닉스 측에 구체적인 후보 부지까지 제시했다. 센다이 인근 오히라무라의 제2센다이북부중핵공업단지 내 약 30만㎡ 규모다. 해당 부지는 반도체 공장에 필요한 용수와 전력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특히 이날 센다이에서는 한일 상공회의소가 AI와 반도체 등을 주제로 회의를 열고 있다. 정례 행사지만 한국 측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인 만큼 현지에서는 최 회장의 방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 공장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무라이 요시히로 미야기현 지사도 26일 기자회견에서 최 회장과 만날 가능성을 언급했다.

앞서 지난 21일 국내 한 언론은 SK하이닉스가 미야기현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당시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야기현도 공식적으로는 선을 긋고 있다. 무라이 지사는 26일 기자회견에서 "미야기현으로서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내가 특별히 언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1일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일절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반도체 제조업체와 소재업체는 물론 전공정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에도 접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기업과 현 사이의 일이라 정보를 외부에 낼 수 없다. 그것은 SK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SK하이닉스 일본 진출설


SK하이닉스의 일본 진출설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불거졌다. 간토와 홋카이도, 규슈도 후보지로 이름이 올랐다. 거액 투자가 지역 고용으로 이어지는 만큼 자치단체마다 유치에 열을 올려왔다.

SK하이닉스의 일본 공장 검토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가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급속히 늘면서 증설이 시급해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일본에 생산거점을 두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일본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들과 공급망을 묶을 수 있다는 이점도 크다.

현재 생산시설이 한국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일본 진출을 검토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반도 유사시나 자연재해 등에 따른 생산 차질 위험을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반도체 생태계가 갖춰져 있어 충분히 훌륭한 후보지"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SK하이닉스의 일본 공장 건설에 최대 변수로 한국 정부의 허가 문제를 꼽았다. 한국은 반도체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관리한다. 해당 기술을 활용해 해외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려면 정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심사가 까다로운 것은 기술 유출 우려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AI용 최첨단 제품의 해외 생산에는 정부 허가가 나오기 어렵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SK하이닉스가 일본 공장 건설을 추진하더라도 어떤 수준의 제품과 공정을 해외에서 생산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투자 압박


또한 미국 정부의 투자 압박도 부담이다. 한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의 해외 생산에 신중한 반면, 미국 정부는 오히려 현지 생산 확대를 대놓고 요구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7월 마이크론의 뉴욕주 클레이 공장 기초공사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두 회사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마이크론이 미국 내 투자에 앞장서고 있는 만큼 경쟁사들도 결국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이 사업을 해야 할 곳이 미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압박했다.

이 와중에 SK하이닉스의 미국 투자는 이미 첫 삽을 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7일 인디애나주에서 반도체 패키징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투자액은 약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로, 현지 기업 100곳 이상과 협력해 7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착공식에는 미 정부와 지역 관계자가 대거 참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공장이 "한미 AI 협력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미세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 공장이 아니라 조립·패키징 시설이라는 점에서 일본에서 거론되는 메모리 생산 공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해외 생산 거점을 확대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새 공장을 어디에 둘지를 놓고는 한·미·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시황의 변동성이 크고, SK하이닉스의 증산 계획을 뒷받침하는 AI 수요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변수다. 닛케이는 이 같은 점을 들어 미야기현의 유치 활동에 우여곡절이 예상된다고 봤다. 미야기현청 내부에서도 "반도체는 이미 국제 문제가 됐고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말이 나온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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