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막대한 자금력과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글로벌 4위를 차지한 데 이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낸드 시장에서 처음 3위권으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인공지능(AI) 메모리를 앞세워 중국의 물량 공세에 맞서고 있다.
30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YMTC의 낸드 웨이퍼 생산량은 올해 201만장에서 내년 249만6000장으로 약 24% 증가할 전망이다. YMTC는 올해 2분기 출하량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 3위까지 올라섰다. 연말 우한 3공장 가동을 시작으로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하고 이르면 내년 말 글로벌 낸드 시장 1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낸드 생산량은 사실상 정체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477만장에서 내년 484만5000장,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79만장에서 286만5000장으로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익성이 높은 D램과 HBM에 투자를 집중하는 사이 중국 업체가 공격적인 증설을 통해 낸드 시장의 빈틈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D램에서는 CXMT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CXMT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4.7%에서 올해 1분기 7.6%로 한 분기 만에 2.9%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글로벌 4위 수준이다.
추가 증설을 위한 실탄도 확보했다. CXMT는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최대 14조원대 자금을 확보해 생산라인 고도화와 차세대 D램 연구개발(R&D)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 월 20만~30만장 수준인 생산능력을 장기적으로 60만장 이상으로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획대로 증설이 이뤄지면 범용 D램 시장에서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압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HBM 등 AI 메모리에서는 아직 국내 업체와 중국 간 기술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에 돌입한 데 이어 차세대 HBM4E 개발과 고객사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CXMT는 HBM3 계열 생산 안정화를 추진하는 단계로 평가된다. HBM은 수율과 적층·열관리 기술뿐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의 품질 인증과 대량생산 경험까지 요구돼 중국 업체가 단기간에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과 범용 제품에서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AI 메모리 기술력과 글로벌 빅테크 고객 기반을 앞세워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중국의 범용 메모리 장악력이 장기적으로 첨단 메모리를 추격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생산 규모와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뒤 축적한 자금과 양산 경험을 HBM·서버용 D램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재투자할 수 있어서다. 일례로 최근 IPO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CXMT가 2028년 중국 D램 수요 중 50%, HBM 수요 중 40%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YMTC 역시 6조8000억원 규모로 IPO를 추진 중이며 조달 자금은 생산시설 고도화와 R&D에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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