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미래' 대신 '현실' 택한 현대차, 반쪽짜리 인베스터데이

아틀라스사진현대차
아틀라스[사진=현대차]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2026 현대자동차 CEO 인베스터데이는 '시장과의 소통'이라는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자리였다. 피지컬 인공지능(AI)에 대한 구체적인 전력화 방안,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IPO) 로드맵, 자회사 상장에 따른 주주환원 강화 대책 등 시장이 기대했던 성장 스토리는 없었다. 대신 경영진은 '미래' 대신 '현실'을 택했다. 인베스터데이 직후 단 하루 만에 5% 이상의 주가 폭락과 이어진 매도세는 회사의 독단적 태도에 대한 시장의 명백한 불신임 표명이다.

올해 행사가 특히 관심을 모았던 이유는 현대차가 완성차 제조업의 한계를 깨뜨릴 '피지컬 AI'의 구체적 상용화 시점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월 미국 CES에서 사람의 유연한 몸짓을 그대로 흉내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공개된 이후 기술주 프리미엄을 받고 개최한 첫 인베스터데이라 기대감은 남달랐다. 시장은 현대차가 테슬라처럼 미래 기술 기업으로 도약할 획기적인 모멘텀을 내놓길 원했다. 그러나 회사가 내놓은 답안지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아닌 자동차 본업에서의 수익성 방어였다.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도입, 원가절감을 통한 영업이익률 9% 달성 등의 청사진은 현대차가 피지컬 AI 기업이 아닌 결국 자동차 제조사라는 사실만 각인시킨 무대였다.

기업은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말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수익 모델과 상장 일정, 기업 간 거래(B2B) 수주 목표치 등은 단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 주주환원도 마찬가지다. 총주주환원율(TSR)의 상향을 원했던 주주들에게 기존 틀을 재탕하는 수준의 발표로 응수했다. 투자자가 듣고 싶은 '혁신' 대신 회사가 보여주고 싶은 '안전운전'만 고집한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사고다. 현대차 스스로 밸류에이션 재평가(Re-rating)의 기회를 차버린 셈이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로 기업 본연의 수익에 집중하겠다는 목표는 인베스터데이가 아닌 다른 자리에서도 충분히 소통할 기회가 많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행사 직후 증권사들이 잇따라 목표주가를 깎아내린 것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닌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한 경영진의 태도에 경고를 날린 것이다.

물론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전기차 캐즘,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매서운 저가 공세, 국내외 투자 압박 등 현대차를 둘러싼 현실은 여의치 않다. 현대차가 이번 행사에서 미래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상상력이 아닌 자동차 본업에서의 확실한 수익성 방어에 집중한 이유이기도 하다. 완성차 제조사로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철저한 실용주의적 생존 전략은 로봇 기술을 독립된 신사업이 아닌 제조 공정의 원가 절감 수단으로 다루는 것이다. 이번 행사가 '꿈을 파는 기술주'가 되고 싶었던 투자자와 '현금을 버는 제조사'로 생존해야 했던 경영진 간의 시각차를 명확히 드러내는 아쉬운 자리로 끝난 이유다.

현대차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돌파하기 위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경영진의 시선이 '헛된 꿈'이 아닌 '냉혹한 현실'에 닿아 있어야 함은 백 번 이해한다. 하지만 기업의 가치는 경영진의 독단이 아닌 시장과의 깊은 교감에서 완성된다. 이제 기업의 시간은 끝났고, 시장의 시간이다. 본업에서 약속한 견고한 수익성을 입증해 내는 동시에 늦춰진 피지컬 AI의 구체적 성과를 언제, 어떻게 눈앞에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인가. 현대차는 한층 더 냉정해진 시장의 평가 위에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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