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개입 없이 최소 72시간 가동되는 피지컬 AI 공장을 구현하고, 이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수출 상품으로 키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지난 27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에서 만난 김순태 전북대 인공지능(AI)대학 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피지컬AI융합기술사업추진단장)는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 목표는 피지컬AI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잘 만드는 것이지만, 이를 구현하려면 하드웨어도 받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가 구상하는 피지컬 AI 공장은 기존 무인공장과는 결이 다르다. 사람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장비가 멈추면 다른 제조사의 장비가 작업을 넘겨 받아 공정을 이어가는 형태다. 전북대는 이를 위해 제조사가 서로 다른 로봇과 설비를 하나의 운영체제로 연결하는 '협업지능 피지컬 AI'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날 찾은 전북대 피지컬AI 기술실증랩에는 투명 안전펜스로 둘러싸인 조립 설비와 회색 로봇팔이 줄지어 배치돼 있었다. 각 설비 사이로는 부품을 옮기는 컨베이어 레일이 이어졌다. 공정 위에 표시된 표시등에는 초록불이 들어와 있었다.
연구원이 AI 공장장에게 공정 실행을 지시하자 설비가 차례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동 로봇이 부품을 나르면 비전 시스템이 상태를 확인하고, 로봇팔이 부품을 집어 조립한다. 실제 설비 움직임은 약 0.5초의 시차를 두고 가상공장인 디지털 트윈 화면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준우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피지컬AI 사업 책임자(PM)은 "예컨대 A라는 회사의 자율이동로봇(AMR)이 고장 나더라도 B사의 AMR이 대신 투입돼 주변 설비와 작업 정보를 공유하고 중단된 운반 작업을 이어받아 공정이 계속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제조사에 구애 받지 않고 장비를 연결·교체할 수 있는 구조는 국내 제조장비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재 전북대 실증랩에서 부품을 운반하는 AMR은 일본 기업 오므론이 만든 제품이다. 이 PM은 "국산 범용 AMR은 현재 현장에 많이 보급되지 않았고 국산화율도 높지 않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범용 AMR의 국산화율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사업단은 현재 실증랩을 국산 장비의 시장 진입을 돕는 쇼룸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피지컬AI 도입을 검토하는 수요기업에게 공장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장비 공급기업에게는 자사 제품을 실제 제조공정에서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비 국산화와 함께 공장 운영 플랫폼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실증랩의 디지털 트윈과 시뮬레이션에는 엔비디아 '아이작 심'과 지멘스 '플랜트 시뮬레이션' 등 외산 솔루션이 활용되고 있다. 실제 제조 현장에서도 지멘스 제어장비가 폭넓게 사용되는 만큼 기존 외산 기술을 당장 걷어내기는 어렵다.
사업단은 기존 외산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호환되는 국산 공장 운영·제어체제(SDF-OCS)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 PM은 "기존 공장에 설치된 지멘스 장비를 모두 걷어낼 수는 없다"며 "기존 장비와 일정 부분 호환성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AMR과 제어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검증한 뒤 구성요소를 단계적으로 교체하는 전략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 중심의 연산·시뮬레이션 생태계를 다변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사업단은 향후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에서 피지컬AI 모델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술검증 스테이션도 구축할 계획이다.
공장 운영체제를 통한 동작 최적화 가능성도 확인했다. 연구진은 로봇이 부품을 운반할 때 불필요한 동선을 발견한 뒤 디지털 트윈에서 개선된 동작을 시뮬레이션해 실제 장비에 원격으로 반영했다. 김 교수는 이를 통해 로봇 동작 효율을 16.7%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실증랩의 최종 목표는 공장 운영 플랫폼을 수출 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업종과 장비, 공정에서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고 플랫폼 범용성을 검증해야 한다.
이 PM은 "현재 전북과 경남 피지컬AI 사업에 참여하는 수요기업, 연구개발 기관 등은 200개가 넘는 상황"이라며 "이들과 협약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협약식을 열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상용화, 기술확산 등 과제로 오는 2030년까지 최소 55건의 현장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확보한 실증 성과를 해외 공장으로 확산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김 교수는 "DH오토리드는 국내 실증 결과를 확인한 후 멕시코 공장에도 적용하고 싶다는 의향을 보였다"며 "국내에서 좋은 레퍼런스를 만들어주면 기업이 보유한 해외 공장으로 기술을 확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