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ㅣ기본·원칙·상식] 다가오는 美 금리 인상, 가계부채·내수 둔화 우려하는 우리 경제 대비해야

  • 워시 연준의장 "미국 물가 우려"… 추가 긴축 시사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물가 안정·연준 독립성 수호·양적완화 축소와 AI발 경제 전환을 역설한 가운데 시장 일각의 7월 금리 인상 관측에도 선제 안내 폐지 기조를 감안할 때 향후 구체적인 통화정책 경로는 신중히 관망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로이터]
케빈 워시 신임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취임 후 첫 잭슨홀 연설에서 매파적 신호를 분명히 했다. "올여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양호했으나, 근본적인 추세가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우리의 책무 중 하나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볼 때 관련 지표들이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이를 9월 기준금리 인상 신호로 받아들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9월 FOMC에서 현행 3.50∼3.75%인 기준금리가 3.75∼4.00%에서 0.25%포인트 인상될 확률을 57.5%로 반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에도 워시 의장이 물가 안정을 앞세운 만큼,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 내 정치적 충돌과 별개로 금리 인상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도 다분하다. 

우리 경제에는 부담이다. 미국이 금리를 다시 올리면 한·미 금리차가 벌어진다.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압력도 커진다. 한국은행으로서는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압력을 마냥 외면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미국과 정반대다. 가계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고, 고금리 국면이 조금만 이어져도 이자 부담이 가계 소비 여력을 잠식한다.

내수 소비는 지난 몇 년간 이어진 고금리·고물가의 누적 피로로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영업자와 취약차주의 대출 연체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추가 이자 부담이 더해지면 이들부터 먼저 한계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에 다시 찬물을 끼얹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해결책은 대외 요인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금융 불안을 막는 정교한 정책 조합이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인상 속도를 좇아 기계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환율과 자본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살피며 독자적 판단의 여지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시장과의 소통도 그때그때가 아니라 일관된 원칙 위에서 이뤄져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가계부채 역시 금리라는 총량 수단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대출 구조 개선 등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통화정책에만 부담을 지우지 말고 재정정책을 통해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을 완충하는 역할을 병행해야 한다. 외환보유액과 통화스와프 등 대외 안전판을 재점검하고, 자본유출입 변동성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도 미리 손봐둘 필요가 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선제적 대응이다. 미국의 긴축 신호가 확정되고 난 뒤 뒤늦게 움직이면 정책 수단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에 드는 비용도 비례해 커진다. 9월 FOMC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은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대외 변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그 충격을 얼마나 흡수하느냐는 국내 정책의 준비 수준에 달려 있다. 선제 대응에 나서야 대외 충격이 가계부채와 내수라는 국내 취약점으로 번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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