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문항 거래' 현우진 1심 무죄…법원 "정당한 사적 거래"

  • 교사 3명에 4억2100만원 지급…"문항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

  • "겸직 허가 없었어도 별도 문제…도덕적 책임과 형사처벌 구분"

현직 교사로부터 수능 관련 모의고사 문항을 부정거래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사 현우진씨가 지난 4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직 교사로부터 수능 관련 모의고사 문항을 부정 거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사 현우진씨가 지난 4월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직 교사들에게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련 문항을 제공받고 4억여 원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된 '수학 일타강사' 현우진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현씨가 지급한 돈이 문항의 가치에 상응하는 대가로 청탁금지법상 금지된 금품이 아니라 사적 거래에 따른 채무 이행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재욱 부장판사는 26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씨에게 문항을 제공한 현직 교사 2명과 교재개발업체 관계자 서모씨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씨는 이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앞서 피고인들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현씨는 서씨와 공모해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자체 교재에 사용할 수학 문항을 제공받는 대가로 현직 교사 2명에게 총 3억4600만원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다른 현직 교사의 배우자 명의 계좌로 7500만원을 송금한 혐의도 받았다. 공소사실에 포함된 지급액은 모두 4억2100만원이다.

문항을 제공한 교사들은 EBS 교재 집필진이나 수능·모의고사 출제위원 경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현씨가 교사들에게 지급한 돈이 청탁금지법상 '수수 금지 금품'인지 여부였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동일인에게 1회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사적 거래로 인한 채무 이행 등 정당한 권원에 따라 제공되는 금품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

재판부는 현씨가 지급한 돈이 문항을 사고파는 계약에 따른 대가로 청탁금지법상 예외인 사적 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사적 거래의 형식을 갖췄더라도 반대급부의 가치를 현저히 초과한 금품이 지급됐다면 채무 이행이라는 형식만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공직자가 제공한 반대급부에 상응하는 금품이 지급됐다면 수수가 금지되는 금품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현씨 측이 현직 교사뿐 아니라 전문 업체와 일반인 대상 공모를 통해서도 문항을 공급받았다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전문 업체 등에 지급한 금액은 교사들에게 준 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았고, 실제 교재에 채택된 문항에 대해서만 대가가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문항당 지급액은 모의고사 교재의 경우 평균 20만원대, 일반 교재는 10만원대였다. 교사들이 제공한 문항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시험에 출제하지 않은 점도 고려됐다. 현직 교사라는 신분이나 출제위원 경력을 이유로 별도의 웃돈을 지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검찰은 교사들이 소속 기관장의 겸직 허가를 받지 않고 문항을 판매해 적법한 거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청탁금지법상 예외 조항을 적용할 때 사적 거래 자체의 합법성까지 고려할 수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겸직 의무 위반은 관련 법령에 따라 별도로 판단할 문제라며 해당 거래가 공직 수행의 공정성에 의심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청탁금지법 위반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 부장판사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고 형사 처벌은 문제 해결의 최후 수단"이라며 "공직자의 행위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더라도 이를 모두 형사 처벌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 처벌만 받지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비도덕적 논리가 횡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도덕과 윤리의 영역을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직 교사 측 변호인은 선고 후 "사교육 카르텔이라는 이름으로 보도가 이어지면서 수사기관이 사건을 지나치게 넓게 보고 무리하게 기소한 것 같다"며 "균형 있게 판단한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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