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진에 'CB 청구서' 까지…위기의 제약·바이오

사진챗GPT
[사진=챗GPT]

최근 제약·바이오 상장사들이 주가 부진으로 전환사채(CB)를 만기 전에 되사들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크게 밑돌면서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 대신 조기 상환을 택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 중 상당수는 적자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CB 조기 취득에 따른 현금 유출까지 겹치며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상장사가 공시한 '자기전환사채 만기 전 취득 결정'은 총 6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제약·바이오 관련 기업 공시는 12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CB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높으면 투자자는 주식으로 바꿔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 주식으로 전환할 유인이 줄어든다. 이때 투자자가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해 원리금을 돌려받거나 회사와 사채권자가 합의해 CB를 만기 전에 취득하기도 한다.
 
제약바이오 기업 CB 조기취득 추이
제약바이오 기업 CB 조기취득 추이
 
만기 전 CB 취득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제약이다. 삼성제약은 지난해 8월 269억원 규모로 발행한 제32회차 CB 가운데 202억2500만원을 취득하기로 지난 12일 결정했다. 발행 1년 만에 취득하는 셈이다. 취득 물량 가운데 52억원은 사채권자의 풋옵션 행사로, 나머지 150억2500만원은 사채권자와 협의를 통해 취득했다. 
 
HLB바이오스텝도 지난 7월 두 차례에 걸쳐 CB를 만기 전에 취득했다. 취득 규모는 157억5000만원으로 삼성제약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지난 7월 14일 사채권자와 협의해 97억5000만원을, 21일에는 60억원을 풋옵션 행사 사유로 되사들였다. 상장폐지 위기에 있는 샤페론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샤페론은 지난 4월 86억원 규모로 제1회차 CB를 발행했다. 발행한 지 4개월 만인 이달 11일 사채권자와 합의를 통해 전액 취득을 결정했다.

제약·바이오 상장사들의 만기 전 CB 취득이 늘어난 건 주가 부진 때문이다. 대금 지급일인 이달 21일 삼성제약 종가는 1250원으로 32회차 CB의 전환가액인 1591원을 약 21% 밑돌았다. HLB바이오스텝도 대금 지급일인 7월 14일과 8월 13일 종가가 각각 1852원, 2540원으로 전환가액(7990원)보다 각각 76%, 68% 낮았다. 샤페론은 11일 기준 종가는 614원으로 전환가액(1685원)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CB 발행으로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려다 주가 부진으로 오히려 목돈을 한꺼번에 내줘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몰린 것"이라고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들 기업 대부분이 재무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샤페론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약 1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 67억원, 당기순손실 72억원도 기록했다. HLB바이오스텝도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각각 45억원, 56억원에 달했다. 삼성제약도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당기순손실 478억원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CB 조기 취득으로 현금이 빠져나가면 운영 부담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 특성상 연구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현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CB 발행 등을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많다"며 "CB 조기 상환으로 인해 현금흐름이 악화하면 연구개발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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