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원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한국 경제를 두고 "거시경제와 체감경기의 괴리가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수출을 비롯한 일부 지표만 놓고 보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지만 가계와 기업이 느끼는 경기 여건까지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성장의 중심이 대기업과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된 점을 체감경기와 거시지표가 엇갈리는 이유로 꼽았다. 반도체 수출 증가 등이 경제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성장의 온기가 내수와 중소기업 등 경제 전반으로 충분히 확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환율도 변수로 지목했다. 박 원장은 "원화 가치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다 중동 전쟁 등 대외 변수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며 "대외 여건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호조만으로 경기 회복을 판단하기에는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고 부연했다.
그는 한국 경제가 과거의 성장 방식을 반복하기보다 '두 번째 S자 곡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반도체 호황을 단순한 경기 회복의 계기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는 첨단산업과 함께 기후기술, 에너지 개발 등을 꼽았다.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우호적인 환경이 마련된 만큼 이를 국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원장은 고용 없는 성장 또한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경제 규모가 커지더라도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체감 경기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이나 수출액 등 거시지표의 개선과 함께 기업의 투자·고용 활성화가 이뤄지고 가계소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박 원장은 주장했다.
또 구조적 문제 중 하나인 지역 격차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했다. 수도권으로 기업과 인력, 자본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기존의 지역균형발전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규제와 지원을 묶은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개별 규제 완화에 그치지 않고 일정한 지역을 대상으로 산업·규제·재정 등을 종합적으로 적용해 지역의 성장 기반을 만드는 '메가 샌드박스' 방식을 언급했다. 그는 "메가 샌드박스를 활용해 지역별 특성을 살리면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수도권 쏠림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메가 샌드박스는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한 성장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역시 새로운 성장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AI를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문제로 접근해서는 생산성 향상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봤다. 국내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AI를 실제 생산과 업무 과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한국 경제가 당장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하기보다 현재의 성장 기회를 어떻게 다음 단계로 연결할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반도체 호황과 수출 회복이라는 기회를 새로운 산업과 기술, 투자로 연결하지 못한다면 성장세가 다시 둔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새로운 성장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경기지표의 등락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구조적인 성장 한계를 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박 원장은 "한국 경제가 현재의 정체 국면을 넘어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첨단산업과 기후·에너지 기술을 키우고, 고용과 지역경제로 성장의 효과를 확산시키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기회를 디딤돌로 삼아 새로운 산업과 기술을 육성하고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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