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길'을 묻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반도체 편중 여전…M.AX로 제조업 기반 지켜야"

  • "수출 1조 달러 가능성…반도체 효과 굉장히 커"

  • "메가프로젝트 특구서 주 52시간 유연화 시행해야"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이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진짜 승부를 봐야 할 분야는 제조업"이라며 "AI와 관련된 여러 논의 가운데 M.AX가 가장 중요하고 선결해야 할 과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한국이 인공지능(AI) 시대에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제조업 AI 전환(M.AX)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AI 소프트웨어 경쟁만을 따라가기보다 한국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와 제조업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AI 혁명으로 돈을 벌고 있는 분야는 결국 반도체와 정보기술(IT) 기기"라며 "AI 소프트웨어나 소버린 AI로 돈을 벌 가능성보다 AI를 활용하거나 AI 연계 산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이 진짜 승부를 봐야 할 분야는 제조업"이라며 "AI와 관련된 여러 논의 가운데 M.AX가 가장 중요하고 선결해야 할 과제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전년보다 30.3% 증가한 9400억 달러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수출도 4967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에는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은 19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수출이 1조745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 원장은 "수출이 1조 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라면서 "반도체 효과가 굉장히 큰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출이 급증한 데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따른 IT 설비 수요도 함께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고환율과 중동 사태에도 다른 업종의 수출이 예상보다 큰 충격을 받지 않은 점도 전체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부는 운이 좋았고 일부는 우리가 대처를 잘한 측면이 있다"며 "운이 좋았던 부분은 언제든 반전될 수 있어 계속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반도체 편중이 심화된 것은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권 원장은 "2010년 무렵부터 반도체와 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의 수출은 명목액 기준으로도 늘어나지 않았다"며 "2015년 무렵부터는 자동차도 더 이상 증가하지 않아 사실상 '반도체 원툴'로 수출이 늘어왔다"고 지적했다.

향후 위험 요인으로는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와 핵심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 중국 제조업의 추격을 꼽았다. 특히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본격화하면 국내 생산 기반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권 원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니라 중요한 생산시설이 해외로 나가는 흐름이 있었고, 앞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할 것"이라며 "국내 생산 여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 원장은 반도체 호황을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확산하기 위해 M.AX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AI를 도입해 기존 업무를 편리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실질적인 전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M.AX 확산을 위해서는 기업이 참고할 수 있는 성공적인 활용 사례와 데이터 기반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보안을 유지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데이터를 수집·활용할 수 있는 환경과 데이터 표준화, 기존 근로자의 AI 활용 역량 등도 주요 과제"라고 제시했다.

특히 스마트공장과 디지털 전환(DX)이 일정 수준 진행돼야 M.AX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부의 M.AX 정책, 중소벤처기업부의 스마트공장 정책을 별개 사업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권 원장은 "대기업은 자본과 인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스스로 길을 찾을 것"이라며 "M.AX의 주력 포인트는 경쟁력이 약해진 중소기업과 제조업 생태계를 되살리는 데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캡션에 주요 멘트 한 줄 부탁드립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이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반도체 시장은 커지고 있고 각국은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하려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의 생산능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면 미래에 전략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수출 구조가 위험 요인이지만 국내 반도체 투자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이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능력의 상대적 비중이 줄어들면 한국의 산업 주도권도 약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권 원장은 "세계 반도체 시장은 커지고 있고 각국은 생산시설을 자국에 유치하려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우리의 생산능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면 미래에 전략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생산설비를 늘리는 것은 필수"라고 짚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도 이 같은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으로 평가했다. 그는 "메가프로젝트가 발표될 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앞당기겠다는 언급이 있었다"며 "용인 산단은 물론이고 적극적으로 메가프로젝트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반도체 수요가 예상만큼 늘지 않더라도 기반시설 투자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권 원장은 "전력과 용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산업단지 부지는 국내 제조업 생산능력을 유지하고 지역을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산업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는 투자"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실제 투자와 생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전력·용수뿐 아니라 연구개발 인력의 근로시간 제도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 원장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 등을 핵심으로 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관련해 "유연성이 필요한 분야에서조차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면 다른 부분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전면적인 제도 개편이 어렵다면 메가프로젝트 관련 특구에서 우선적으로 근로시간 유연화를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특구라고 하면서 지원금만 더 주는 것이 아닌 실제 병목이 되는 규제를 확실하게 풀어줘야 특구가 성공할 수 있다"며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하는 것이 노동시장 유연화의 첫발을 내딛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노동시장의 유연성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노동제도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안정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명제에는 이견이 없다"며 "방향보다 방법론의 문제인 만큼 특구를 통해 우선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권 원장은 반도체 호황이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으로 자동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수출로 확보한 기회를 국내 생산 기반 확충과 M.AX, 제조업 생태계 강화로 연결해야 새로운 성장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외부에서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살려 우리 스스로가 바뀌어야 새로운 단계로 갈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진 시점일수록 단기적인 낙관이나 비관보다 중장기적인 산업의 판을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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