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홍콩·마카오 정책 총괄 책임자가 최근 홍콩 입법의원들에게 "푸퉁화(중국 표준어, 만다린)를 더 공부하라"고 언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지난달 중국의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이하 민족단결법) 시행과 맞물려 홍콩 정치인들의 푸퉁화 학습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12일 홍콩01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샤바오룽 중국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주임은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88명의 홍콩 입법의원 대표단과 약 5시간 동안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대다수 의원들이 홍콩에서 주로 사용하는 광둥어식 억양이 섞인 어눌한 푸퉁화로 발표하자, 샤 주임은 "푸퉁화를 더 공부하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당시 발언을 질책보다는 푸퉁화를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농담 섞인 격려로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샤 주임이 홍콩 정치인들의 서툰 푸퉁화 발표를 청취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특히 지난해 홍콩을 방문해 홍콩 정치인들과 회의를 가졌을 때에는 홍콩 내각인 행정회 의원이자 홍콩 자유당 당수인 장위런(영문명 토미 청)이 회의 내내 광둥화(캔토니즈)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리자차오(존리) 홍콩 행정장관이 장 의원을 대신해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듯 푸퉁화로 "회의 전에 이미 발표 원고를 제출했다"며 "샤 주임이 너그러이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샤 주임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홍콩 매체들은 전했다.
샤 주임의 이번 발언을 놓고 농담 섞인 표현이었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홍콩 사회와 중국 본토 간 교류와 통합을 강조하는 가운데 홍콩 정치권에서 푸퉁화 능력의 중요성이 예전보다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중국이 올해 7월부터 시행한 민족단결법에서도 푸퉁화를 학교 교육과 정부 공식 업무의 기본 언어로 채택해 전면적으로 보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지에서도 홍콩 정치인들의 푸퉁화 학습을 더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콩 친중 매체 성향의 성도일보는 11일자 사설에서 "홍콩 입법의원은 푸퉁화를 배우려 노력해야 한다"며 "이는 중국인으로서의 기본 의무로, 그 정체성과 책임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회의에서 푸퉁화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한 의원들은 분명 열의가 부족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사실 홍콩의 언어 환경은 중국 본토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홍콩은 '양문삼어(兩文三語)' 정책에 따라 영어·중국어 2종 문자와 푸퉁화·광둥화·영어 3종 언어를 써왔다. 특히 150여년간 영국 식민지를 거친 홍콩은 중국 반환 이후인 1998년에야 비로소 푸퉁화를 초·중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등 푸퉁화 교육을 점차 강화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정치인에게 푸퉁화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홍콩과 중국 본토의 관계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이시항 홍콩중문대 교양교육학과 강사는 연합조보에 "홍콩과 중국 본토의 정치 및 경제계 간 교류에서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진 입법회 의원들은 유창한 푸퉁화를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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