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울산] 7000년 전 바다의 사투… 고래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


7000년 전 울산 앞바다.

작은 배 위 선사인들이 거대한 고래를 뒤쫓는다. 손에는 사슴뿔을 깎아 만든 날카로운 작살이 들려 있다. 파도를 가르며 던져진 작살은 고래를 향한다.

그날 바다에서 정확히 어떤 사투가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수천 년이 흐른 뒤 땅속에서 발견된 고래뼈에는 그 순간을 짐작하게 하는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고래뼈에 깊숙이 박힌 사슴뿔 작살촉이다.

울산 황성동 유적에서 출토된 이 유물이 '고래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이라는 이름으로 국가민속문화유산에 지정됐다.

유물은 고래의 어깨뼈와 척추뼈 부위에 사슴뿔을 가공해 만든 작살촉이 박힌 상태로 발견됐다. 작살촉만 따로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 사냥 대상인 고래뼈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고래 어깨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 사진울산시
고래 어깨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 [사진=울산시]


문자 기록이 없던 신석기시대 울산 사람들이 고래를 사냥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물 증거인 셈이다.

황성동 유물은 지난 2009년 울산 신항만 부두 연결도로 부지 발굴조사 과정에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울산시 지정문화유산이 됐고, 이번에는 국가가 보존해야 할 민속문화유산으로 가치가 한 단계 더 높아졌다.

기존의 '골촉 박힌 고래뼈'라는 이름도 '고래뼈에 박힌 사슴뿔 작살촉'으로 바뀌었다. 유물의 재질과 용도를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명칭을 보다 구체적으로 다듬은 것이다.

이 유물의 의미는 반구천의 암각화와 함께 볼 때 더욱 선명해진다.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에는 고래와 배, 작살을 이용한 고래사냥 장면이 새겨져 있다. 바위에는 고래를 쫓던 사람들이 그림으로 남았고, 황성동 땅속에서는 실제 고래뼈에 박힌 작살촉이 나왔다.

그림과 실물이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셈이다.

반구천 암각화가 선사인들이 보고 경험한 고래와 고래사냥을 그림으로 남긴 기록이라면, 황성동 유물은 그런 포경문화가 실제 생활 속에 존재했음을 뒷받침하는 실물 자료다.

이번 국가유산 지정의 의미도 단순히 문화재의 등급이 높아진 데 있지 않다. 사슴뿔로 도구를 만들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거대한 고래를 상대했던 선사인들의 삶과 기술이 국가적으로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반구천 암각화와 황성동 출토 유물은 울산의 선사 포경문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자산"이라며 "두 유산을 연계해 울산만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콘텐츠로 적극 활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7000년 전 울산 바다의 사투는 글로 남지 않았다.

대신 바위에는 고래사냥 그림이 남았고, 땅속에서는 사슴뿔 작살촉을 품은 고래뼈가 나왔다.

그 흔적이 이제 한 도시의 오래된 유물을 넘어, 국가가 보존하는 선사인의 삶의 기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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