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연임 제한 푼 이유? 4년으론 글로벌 명문대 못 따라가"

  • 재임 시절 연임 가능 제도적 토대 마련…"장기 리더십, 선택 아닌 필수"

  • "개혁적 변화 많은 애리조나주립대 크로우 총장, 20년 넘게 재직 중"

  • 무조건적 장기 집권은 반대…"4년 임기 후 연임 위한 목표·명분 있어야"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사진연합뉴스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사진=연합뉴스]

내년 초 서울대와 고려대 현직 총장들의 동시 연임 도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직 총장이 직을 유지한 채 차기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빗장'을 푼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27대)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장기 혁신과 대규모 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현행 4년 단임제가 가진 태생적 한계를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 전 총장은 2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재임 시절 총장 연임 규제를 대폭 완화했던 근본적인 배경과 연임 리더십이 고등교육계에 미치는 파급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대는 과거 총장 선거 출마 시 '임기 만료 6개월 전 사퇴' 규정을 둬 사실상 현직의 연임을 제한해 왔으나, 오 전 총장 임기 중 이를 개정해 '현직 프리미엄'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연임이 가능한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오 전 총장이 연임 규정을 개정한 가장 큰 이유는 '정책의 일관성'과 '개혁의 연속성' 확보에 있다. 그는 "어떤 의미 있는 개혁을 하려면 4년 가지고는 사실 잘 안 된다"며 "계속 챙겨야 하는데, 4년으로는 개혁하다가 조금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 또 방향이 바뀐다"고 단임제의 단점을 꼬집었다.
 
실제 국내 대학 총장은 4년의 임기 중 첫 1년은 업무 파악과 예산 편성에 소비하고, 실질적인 업무는 2년 남짓 수행한 뒤 마지막 1년은 임기 말 '레임덕'에 빠져 커다란 변화를 끌어내기 어려운 구조다.
 
오 전 총장은 "의미 있게 학교를 바꾸고 개혁을 하려면 연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제도를 바꿨다"며 "연임을 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사실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학장 임기를 2년에서 4년으로, 재신임 투표 제도를 도입했던 경험도 언급했다. 임기가 짧으면 구성원들이 '버티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지만, 리더가 장기간 재임할 가능성이 열려있을 경우 개혁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응과 참여도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이 오 전 총장의 주장이다.
 
오 전 총장은 글로벌 명문대와의 경쟁을 위해서도 장기 리더십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같은 경우는 총장의 임기가 기본적으로 없어 자기가 무엇을 하겠다고 했을 때 길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담 삼아 한 얘기지만, 하버드대가 서울대보다 거의 400년 가까이 역사가 긴데 총장 연명부 숫자는 (서울대와) 똑같거나 우리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며 잦은 리더십 교체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혁신 대학의 대명사로 꼽히는 애리조나주립대(ASU)를 언급하며 "가장 개혁적인 변화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마이클 크로우 총장은 지금 거의 20년 넘게 하고 있다. 그래야지만 일관성 있게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장기 리더십은 대학의 생존과 직결된 펀드레이징(재정 확충)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오 전 총장은 "조그마한 돈은 금방 유치할 수 있지만, 커다란 돈을 유치하려면 기부자가 무엇을 원하고, 학교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계속 조율해야 한다"며 "4년만 하게 되면 중간에 가다 끊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다. 펀드레이징 할 때도 오래 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제도의 빗장은 열렸지만, 오 전 총장은 무조건적인 장기 집권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성공적인 연임을 위해서는 명확한 비전과 구성원들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 전 총장은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목표가 있어야지 그냥 '내가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해서 연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4년 동안 추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 미진하니 더 하겠다는 목표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장기 계획을 세우고, 정책이 정착을 못 했으니 더 하는 게 좋겠다는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1970년대 이후 연임 사례가 전무했던 만큼 학내 구성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철저한 논리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오 전 총장은 "서울대는 워낙 연임을 안 해왔기 때문에 구성원들에게 (이번 연임 도전이) 예외적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거기에 대한 충분한 논리와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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