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공교육의 틀, '기본교육' 통해 생애 전 주기로 넓힐 것…사적 응징은 해법 아냐"

  • '참교육' 현상·스마트폰 사용 등 교내 갈등…"대화와 공적 제도로 풀어야"

  • 유아부터 시니어까지 '기본교육' 선언…"학생 이동권 지원은 퍼주기 아냐"

  • "5지 선다형 수능 시대 저문다"…AI 서·논술형 평가 안착·학생 마음건강 증진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은 23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지속되기 위한 필수적인 교육이 바로 기본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은 23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지속되기 위한 필수적인 교육이 바로 '기본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이 지난 22일 비전 선포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교육 2기 행정의 방향성을 제시한 데 이어, 23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서울교육이 나아갈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혔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참교육' 열풍과 배재고 사태 등 교육 현장의 첨예한 갈등에 대해서는 사적 보복이나 일방적 엄벌주의를 경계하며 '교육적 해법'과 '제도적 방패'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기존 초·중등에 국한된 공교육의 범위를 유아부터 평생교육까지 생애 전 주기로 확장하는 '기본교육' 패러다임을 선언하며, 학령인구 감소를 빌미로 한 교육교부금 삭감 기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드라마 ‘참교육’·스마트폰 갈등…"일방적 규제 아닌 대화·제도로 풀어야“
최근 교권 추락의 민낯을 다룬 드라마 '참교육'이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교내외 갈등이 격화된 배재고 사태 등이 겹치며 교육 현장의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다. 국민 상당수는 즉각적이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 교육감은 현상의 본질을 냉철하게 짚으며 성찰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정 교육감은 배재고 사태 등 최근 불거진 교육 현장의 갈등 해결 방식에 대해 "어떤 사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엄벌에 처하고 질타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적인 방식으로 현장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분노에 편승한 즉각적 징계보다는, 교육공동체를 통합하고 화해로 이끄는 과정이 교육의 본질이라는 의미다.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드라마 '참교육' 현상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정 교육감은 "드라마 속 자극적인 사적 보복이나 초법적인 통제 방식은 현실 공교육의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교육 현장의 갈등은 대립과 징벌이 아니라, 상호 이해와 공적 제도를 통해 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 시 '선생님 동행 100인의 변호인단'을 즉각 투입하고, 민원 대응을 학교장과 교육지원청 중심의 기관 대응 시스템(SEM119)으로 전환해 교사들이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는 공적 방패를 촘촘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일상적인 교내 갈등 요소로 떠오른 학생 스마트폰 규제 논란에 대해서도 일방적 금지보다는 자율적 합의를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은 자유로운 사용을 원하고 학부모는 규제를 원해 세대 간 대화가 필요한 문제"라며 "단순히 일방적인 금지 방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토론을 통해 자제할 수 있는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어 "알림 기능 등 필수적인 학교 소통을 위해 통제 기능이 담긴 이른바 '알파폰(에듀폰)' 개발도 대안으로 거론되나, 특정 기업의 독점 문제 등 고심할 부분이 많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은 23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입제도는 학생의 성장과 역량을 온전히 담아내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은 23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입제도는 학생의 성장과 역량을 온전히 담아내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생애 전 주기 아우르는 ‘기본교육’ 패러다임…“학생 이동권 보장, 퍼주기 아냐”
정 교육감이 2기 체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화두는 단연 '기본교육'의 안착이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국가 공동체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필수적인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정 교육감은 "민주공화국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우리 사회가 지속되기 위해 필수적인 교육이 바로 '기본교육'"이라며 "과거 초·중학교에만 머물러 있던 소극적 의무교육의 틀을 깨고, 유아기부터 노년층의 평생교육까지 생애주기에 맞춰 국가가 필요한 배움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 3~5세 유아교육 단계를 공교육의 책임 안에 아우르는 한편, 학부모 및 시니어 교육을 대폭 확대해 교육의 출발선과 마무리를 모두 국가가 챙기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비전 실현을 앞두고 직면한 '예산 한파'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정부와 예산 당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정 교육감은 "학령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교육재정을 기계적으로 축소하려는 경제 논리 중심의 접근에는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당장 교실 문을 닫거나 학교 안전을 위한 필수 인프라 투자를 멈출 수는 없다"며 "오히려 인공지능(AI) 기반 미래형 교실 구축과 학생 맞춤형 교육, 마음건강 지원 등 공교육이 감당해야 할 영역은 더욱 넓어졌기 때문에 고도화된 재정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생 대중교통비 지원 등 복지 정책을 두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현금성 퍼주기' 비판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육감은 "학교에 가는 것은 의무교육인데, 어떤 학생은 걸어 다니고 어떤 학생은 멀어서 차를 타야 한다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무임승차는 당연하게 여기면서 정작 매일 등교해야 하는 학생들의 이동권 보장을 퍼주기라고 비판하는 것은 정치적 표 계산에 얽매인 기성세대의 뼈아픈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대입 개혁과 박사급 교사 ‘연구권’ 보장…"단 한 명의 마음도 놓치지 않을 것“
초·중등 교육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학 입시 체제에 대한 과감한 개혁 의지도 피력했다. 현행 입시 제도의 한계에 대해 정 교육감은 "전국의 모든 학생이 동시에 치르는 4지·5지 선다형 위주의 수능 체제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며 "수능 성적 위주로 대학에 진학하는 실질적인 비율 자체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만큼, 대입 제도는 학생의 성장과 역량을 온전히 담아내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대안으로 서·논술형 평가와 절대평가 정착을 제시하며, AI 기술이 공정성 논란을 해소할 열쇠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육감은 "서·논술형 평가의 가장 큰 장벽은 채점자의 주관성 개입 우려였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한 'AI 서·논술형 채점 시스템(채움 AI)'을 보조 도구로 도입하면 자의적인 채점 논란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평가의 객관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와 관련해서도 "현장 모니터링단을 통해 학교의 고충을 수렴하고 있으며, 교육수요 중심의 교원 정원 확보와 과감한 재정 투자로 제도를 밀착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나아가 대입 개혁과 미래 교육을 이끌어갈 핵심 동력으로는 '교사의 연구 역량'을 꼽았다. 정 교육감은 "현재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사 중 박사 학위 소지자만 880여 명에 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교사를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으로만 인식할 뿐 연구하는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 가르치려면 반드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며 "교사들에게도 일정 부분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고, 교원 학습 공동체에 대한 실질적인 예산 지원을 늘려 교직 사회의 연구 문화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육감은 4년의 임기 동안 가장 이루고 싶은 최우선 과제로 '학생 마음건강 증진'을 꼽았다. 그는 "배움에 앞서 아이들의 마음이 먼저 건강해야 성장도, 다양한 가능성도 열릴 수 있다"며 "과도한 성적 압박과 고립감 속에서 늘어만 가던 학생 자살 증가세를 반드시 감소세로 돌려놓겠다"고 역설했다. 이어 "이를 위해 치유와 학습을 병행하는 '마음회복캠퍼스'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서울교육을 완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정근식 서울특별시교육감은…

1957년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한 사회학자이자 교육자다.
1985년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전임강사로 부임하며 강단에 선 그는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약 40년간 후학 양성에 헌신했다. 폭넓은 학술 활동을 전개하며 미국 하버드대 옌칭 연구소, 일본 교토대, 미국 시카고대, 독일 베를린자유대 등에서 방문교수 및 연구자로 강단에 섰으며, 2004년에는 한국사회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서울대 재직 중에는 규장각 한국학연구원 부원장, 평의원회 의장, 통일평화연구원 원장 등 학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2023년 3월부터는 명예교수로 강단에 남았다.
학계를 넘어 한국 사회의 굵직한 과거사 문제 해결과 평화 정착에도 깊이 관여해 왔다. 2005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데 이어, 2020년 12월부터 2년간 장관급인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복잡한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고 화해를 이끄는 데 앞장섰다. 2024년 10월 제23대 서울특별시교육감으로 당선된 데 이어, 올해 치러진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하며 제24대 서울교육감으로서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서울교육 행정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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