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은 한 번의 성공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독 엄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분기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글로벌 빅테크와 잇달아 대형 계약을 체결해도 시장은 곧바로 다음 성과를 요구한다. 어제의 기록은 오늘의 기준이 되고, 오늘의 성공은 내일의 의무가 된다. 세계 1등 기업의 숙명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다시 한번 분기 기준 실적을 새로 썼다. 영업이익률은 52%에 달한다. 제조업은 물론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해도 손꼽히는 수익성이다. 세계 최대 석유 메이저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정도를 제외하면 삼성전자와 영업이익 규모를 다툴 기업은 없다. 인공지능(AI) 산업 총아인 엔비디아도 뒷줄이다. 그럼에도 시장의 관심은 '얼마를 벌었는가'보다 '다음에는 얼마나 더 벌 수 있는가'에 쏠린다.
억울할 법하다. 애플은 아이폰 판매 증가율이 둔화해도 서비스 생태계의 성장성을 인정받는다. 엔비디아 역시 미래 AI 수요 둔화 우려 속에서 최고 수준의 기업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역대 최대 실적보다 내년 이후 AI 투자 증가세가 둔화하지 않을지,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이 빨라지지 않을지, 공급 확대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등 먼저 계산한다. 실적 발표 직후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대형 계약 소식이 나와도 주가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는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이익 증가 속도에 비해 주가수익비율(PER)이 여전히 낮은 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전체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증시 내 시가총액 비중을 웃돈다. 이익 창출 능력에 비해 기업가치가 과대평가됐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새로운 성과를 요구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메모리 시장 점유율만으로 기업가치가 결정되던 시대는 지났다. 기술 개발 속도, 고객사 확보, 공급망 안정성, 대규모 설비투자 능력까지 모두 경쟁력 평가 항목이다. 세계 1위 기업일수록 기준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분기 실적이나 단기 주가가 아니다. 삼성전자가 AI 시대에도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삼성전자의 투자 방향은 국내 반도체 생태계는 물론 소재·부품·장비 산업과 장비 투자, 고용, 수출 경쟁력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개별 기업의 경영 성과를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과 연결되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것은 시장의 의심 때문이 아니다. 세계 반도체 산업의 기준을 만드는 기업에는 그만 한 책임이 따른다. 사상 최대 실적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기록 자체보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AI 시대의 기술 주도권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다. 그것이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기대이자 한국 산업이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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