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큰 자산은 무엇일까? 정답은 '금'이다. 기업뿐 아니라 귀금속,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까지 포함한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 100개 자산을 살펴보면 시가총액 1위는 금이었다.
수천 년이 지나도 '1위'…금은 여전히 세계 최대 자산
21일 시가총액 집계 사이트인 컴퍼니스마켓캡(CompaniesMarketCap)에 따르면 금의 시가총액은 약 27조8900억달러로 2위 엔비디아(4조9230억달러)를 압도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원·달러 환율(1476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4경1176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기업뿐 아니라 귀금속과 암호화폐, ETF 등 다양한 자산을 모두 포함한 순위에서 금이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금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돈'으로 통했던 자산이다. 고대부터 금화가 실제 화폐로 사용됐고,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는 각국 통화가 금 보유량에 연동되는 금본위제가 세계 금융질서의 중심이었다. 금본위제는 사라졌지만 중앙은행들은 지금도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을 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지정학적 갈등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때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금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큰 자산 자리를 지키고 있다.
AI가 키운 반도체…세계 시총 상위권 장악
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미국 빅테크의 독무대다.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4조9230억달러로 2위에 오른 데 이어 애플(4조7960억달러·3위), 알파벳(4조2870억달러·4위), 마이크로소프트(2조9880억달러·6위), 아마존(2조6890억달러·7위), 브로드컴(1조7990억달러·9위), 메타 플랫폼스(1조6390억달러·11위), 테슬라(1조3880억달러·13위)가 모두 2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상위 10위 가운데 7개가 미국 기술기업으로, AI를 중심으로 한 미국 빅테크의 압도적인 위상을 보여줬다.
반도체 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TSMC(2조860억달러·8위)를 비롯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9774억달러·18위), AMD(8211억달러·24위), ASML(6679억달러·27위), 인텔(4878억달러·32위),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4174억달러·38위), 램리서치(3836억달러·43위), KLA(2712억달러·70위) 등 AI 반도체 생태계를 이루는 기업들이 대거 100위 안에 포함됐다. 생성형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반도체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면서 관련 기업들의 몸값도 함께 뛰어올랐다.
업종별로는 AI와 반도체가 시장을 이끌었지만 제약·바이오 분야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았다. 일라이 릴리(17위)를 비롯해 존슨앤드존슨(30위), 애브비(35위), 로슈(54위), 머크(58위), 노바티스(65위), 아스트라제네카(75위), 노보 노디스크(91위) 등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높은 기업가치를 입증했다. 이 밖에도 JP모건체이스와 버크셔 해서웨이 등 금융, 엑슨모빌과 셰브론 등 에너지, 월마트와 코카콜라, 코스트코 등 소비재 기업들도 상위권을 지키며 산업별 균형을 이뤘다. 지난달 상장한 스페이스X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스페이스X는 시가총액 1조5780억달러로 전체 12위에 올랐다
비트코인과 맞붙은 삼성전자 14·15위 각축전
특히 한국 기업의 위상도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1조860억달러로 전체 15위, SK하이닉스는 8487억달러로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기업 가운데 세계 시가총액 100대 자산에 포함된 기업은 이 두 곳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비트코인과 삼성전자의 시총이 거의 같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은 시가총액 1조3050억달러로 14위에 올라 삼성전자를 한 계단 앞섰다. 이더리움도 2285억달러로 85위에 이름을 올렸다.
비트코인은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공개한 이후 한동안 투기성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격 변동성이 워낙 커 제도권 금융시장과는 거리가 먼 자산으로 여겨졌지만, 16년 만에 세계 시가총액 14위 자산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되고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암호화폐가 투기 대상이 아닌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전한 존재감 보이는 귀금속…ETF도 초대형 자산
귀금속도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했다. 금에 이어 은(3조1810억달러·5위), 백금(3988억달러·41위), 팔라듐(2198억달러·90위)도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AI 열풍으로 기술주의 몸값이 크게 뛰었지만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역시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만 포함된 순위도 아니다. ETF 역시 세계 최대 자산군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뱅가드 S&P500 ETF(VOO)는 19위, iShares Core S&P500 ETF(IVV)는 22위, SPDR S&P500 ETF(SPY)는 25위, 뱅가드 토탈 주식시장 ETF(VTI)는 28위, 인베스코 QQQ ETF는 34위에 올랐다. 특정 기업이 아닌 미국 대표 기업 수백 곳에 투자하는 ETF들이 글로벌 초대형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개별 종목보다 시장 전체에 투자하려는 장기 투자 문화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46개 '압도적'…중국·유럽도 존재감
국가별로는 미국의 압도적인 우위가 두드러졌다. 세계 시가총액 100대 자산에는 미국 기업이 53개 포함돼 절반을 넘게 차지했다. 엔비디아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를 비롯해 JP모건체이스, 버크셔 해서웨이, 엑슨모빌, 코카콜라, 월마트 등 금융·에너지·소비재·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반에서 세계 최고 기업을 배출하며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ETF를 포함하면 60개에 달한다.
중국은 텐센트와 알리바바를 비롯해 중국건설은행, 중국공상은행(ICBC), 중국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금융권과 CATL, 구이저우 마오타이, 차이나모바일, 페트로차이나 등 총 10개 기업이 순위에 포함됐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이 이름을 올렸고, 대만은 TSMC가 단독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일본은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과 도요타자동차 두 곳이었다. 유럽에서는 영국(5곳, HSBC·Arm·셸·아스트라제네카·린데), 프랑스(3곳, LVMH·로레알·에르메스), 스위스(3곳, 로슈·노바티스·네슬레), 네덜란드(ASML), 독일(지멘스) 등이 세계적인 기업을 배출하며 산업 경쟁력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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