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문화 단상] 영화 관람료 6000원 할인의 기대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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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추가경정예산 271억원을 투입한 '6000원 영화 할인권' 2차분 205만장 배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차 할인권이 풀린 직후 일주일간 전국 영화관 매출이 직전 주보다 47.9% 증가한 159억원을 기록했던 만큼 이번에도 기대는 적지 않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고 여름 성수기 흥행에 불을 지필 마중물 역할을 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반짝 흥행을 넘어 영화산업의 체질까지 바꿀 수 있을지는 여전히 다른 문제다.

지금 극장가의 가장 큰 장벽은 콘텐츠보다 가격이다. 대형 멀티플렉스의 주말 관람료는 1만5000원 안팎이다. 4인 가족이 영화 한 편을 보려면 티켓값만 6만원이 든다. 음료와 팝콘까지 더하면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상황이 이런 만큼 영화관람료 6000원 할인의 체감 효과는 클 수밖에 없다. 관객은 9000원 안팎에 영화를 볼 수 있고 조조 할인이나 '문화가 있는 날' 등과 중복 적용하면 부담은 더 낮아진다. 실제로 1차 할인권은 조기 소진됐고, 극장가도 관객 회복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사람이 극장을 찾아야 투자와 배급, 제작으로 이어지는 영화 생태계도 다시 움직인다. 이번 정책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책의 효과와 별개로 짚어봐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우선 이 혜택은 대형 멀티플렉스와 상업영화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할인권을 받은 관객 대부분은 접근성이 좋은 멀티플렉스를 찾고 흥행작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독립·예술영화나 지역 단관극장은 상대적으로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공적 재원이 결과적으로 특정 시장에 더 큰 혜택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 정책에 대한 고민 없이 세금으로 소비를 떠받치는 방식이라는 비판도 있다. 극장 관람료가 감염병 유행 시기 이후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할인권은 소비자의 부담을 잠시 덜어주는 효과는 있지만, 가격 자체에 대한 해법은 아니다. 지원이 끝나면 관객 역시 다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할인은 관객을 극장으로 데려오는 일시적인 유인책일 뿐이다. 관객의 발길을 지속적으로 붙잡아두는 힘은 결국 영화가 가진 경쟁력과 완성도에서 나온다. 이번 할인권 배포가 일부 대기업의 매출을 보전하는 데 그치지 않으려면, 멀티플렉스 업계부터 치솟은 관람료 체계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지 다시 점검하고 이를 현실화해야 한다. 정부 역시 할인권 배포 이후의 상황을 고민해야 할 때다. 독과점 해소와 독립·예술영화, 지역 극장과의 상생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고른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영화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271억원의 국민 세금이 일회성 소모품으로 끝날지, 한국 영화의 자생력을 기르는 투자가 될지는 결국 현장의 구조 개혁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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