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 파행에 발이 묶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불참하면서 유럽 정상들과 안보 협력을 다질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일본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으로 참석해 NATO와 방위산업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발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일 다카이치 총리의 NATO 정상회의 불참에 국회 일정과 여야 대립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정권이 중의원(하원)에서 3분의 2가 넘는 의석을 앞세워 의원 정수 감축 등 주요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자 야당은 본회의와 위원회 출석을 거부했고, 법안 심의가 멈추면서 외교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NATO 정상회의에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을 대신 보냈지만, 정작 국내에 남아 참석하려던 여야 대표 토론도 끝내 연기됐다. 이 때문에 총리가 국내에 남은 실익도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총리가 NATO 정상회의에 가는 편이 낫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다만 다른 외무성 간부는 과거에는 NATO 회원국 정상들과 IP4 정상들이 함께하는 확대 정상회의가 열렸지만, 이번에는 NATO 회원국끼리의 협의에서 성과를 내는 데 더 무게가 실렸다고 설명했다. 아사히신문도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요구를 둘러싼 회원국 간 논의가 우선되면서 NATO 전체 회원국 정상과 IP4 정상이 함께하는 회의가 마련되지 않는 등 IP4의 비중이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이를 근거로 총리 불참에 따른 외교적 손실이 제한적이라는 견해도 나온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에 이어 다카이치 총리도 불참하면서 일본 총리의 NATO 정상회의 불참은 2년 연속이 됐다.
李, 첫 나토 정상회의 참석 주목
한편 닛케이는 '한국, NATO에 무기 외교'라는 제목의 별도 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NATO 회원국의 군사비 확대를 한국 방산업계의 시장 확대 기회로 보고 직접 '정상 세일즈'에 나선 점에 주목했다. 닛케이는 지난해에는 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당시 일본 총리가 모두 불참했지만, 올해는 다카이치 총리가 불참한 가운데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IP4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으로 참석한 이 대통령의 행보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NATO 사무총장과 첫 대면 회담을 하고, 무기체계의 규격 통일과 상호운용성 강화, 군수품 공동조달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요미우리는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 기업이 연간 약 15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NATO 공동조달 시장에 진출할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는 한국 측의 기대도 소개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정상회의에 맞춰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을 발표한 사실도 전했다.
쓰루오카 미치토 게이오대 교수는 닛케이에 일본 총리가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의의는 북한과 중국을 염두에 둔 인도·태평양 정세의 엄중함을 알리는 데 있다며, NATO 내에서 중국 위협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이번 회의는 일본에 귀중한 기회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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