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의 Next Korea] 숲에도 한 석 주십시오

  • 신산림국부론 시대 - 임업전문가를 국회로 보내자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지난 한 주 동안 유럽은 역대급 폭염이 덮쳐 수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각 1000명 이상 사망했다. 오래된 건물과 주택으로 에어컨 설치가 거의 없어 ‘자연 냉각 시스템’인 자연숲과 도시숲을 찾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다. 기후온난화로 인해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뿐 아니라 AI 산업의 인프라인 물, 에너지와 브레인스토밍을 위해 숲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경제적·문명적 가치로 숲이 중요해지고 있다. 숲 보존을 넘어 목재·버섯 등 임산물 가치뿐만 아니라 도시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최고 힐링 치유 공간으로서 숲이 더욱 각광받고 있다. 칸트·정약용 같은 위대한 사상가, 아데나워·브란트 등 정치리더, 아이젠베르크 등 과학자들이 숲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구상과 업적을 만들어갔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숲에 대한 특별한 전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숲 행정명령, 즉 ‘다시 미국 숲을 위대하게’(MAFGA), 독일은 새 ‘숲전략 2050’을 마련해 숲 최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산림정책 최종 목표는 숲을 활용해 임업인·산주들이 잘살고, 국민 행복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임업주권’이자 신산림국부론으로 부른다.

유럽 산림최강국들의 임업인 연봉은 오스트리아 약 9600만원, 핀란드 8800만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독일은 약 5800만원에 이른다. 한국의 경우 임업인 평균 연봉이 3800만원으로 최저 임금 수준이다. 우리 어가 평균소득은 6000만원, 농가는 역시 5000만원이 넘었다.

이에 대해 한국산림경영인협회 김길수 회장은 “국토 63%가 숲으로 그중에 사유림이 66%에 이르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있고 지원은 미미하다”고 말한다. 2026년 국가 예산에서 농업·어업의 농림축산식품부는 20조1362억원, 산림청은 3조260억원이다. 그러니 농지에 비해 산지 직불금도 기울어져 있다. 독일 등 선진국들에 비해 열악한 우리 임업인·산주들의 사회적·경제적 권익과 주권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산림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임업인·산주들과 그 가족까지 합친 약 600만명의 임업주권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크게 2 방향과 5가지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한다. 2 방향은 먼저 우리 헌법에 명시된 숲의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 임업 지원을 강화하고, 산림경영을 선진국 수준으로 대형화·기계화하는 것이다. 이어 구체적인 5 정책은, 먼저 이재명 대통령과 정당대표들의 인식전환, 사회 주류로서 임업인·산주 대우 업그레이드, 산림경영 및 조직의 고도화, 임업전문가를 국회의원으로 영입, 공영방송의 산림 프로 방영과 신문의 숲 섹션 발간 등이다. 먼저 독일 등 선진국과 우리와는 숲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

미국 등 임업선진국에서 산주와 임업인이 규제 대상이나 정부 보조금의 수혜자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핵심자산인 산림자원을 경영하는 경제주체로서 확고한 주권을 인정받고 있다. 독일은 산주들이 ‘국가 공적 파트너’라는 철학 하에 연합회(WBV)를 구성해 목재 생산과 유통, 정책 수립까지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한국도 임업 및 산림청(박은식 청장)이 농림부의 하부 조직이 아니라 탄소중립 시대 국부를 창출하는 ‘독립 주권자’로의 인식 전환이다. 이를 먼저 대통령과 정당 대표가 각성해야 한다.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 임업인과 산주가 ‘국가 주류’(mainstream)로 부상했다. 아직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치산녹화 시대 수준에 머물러 산주와 임업인은 정책의 변방이나 희생양에 가까웠고, 개발 제한과 규제에 묶여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숲을 통한 탄소 흡수원 유지를 위해 산주들에게 거대한 탄소 크레딧 시장을 열어주고, 이들을 기후변화 솔루션의 핵심 파트너로 대우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임업인과 산주들이 경제와 정책의 ‘주류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호기를 맞고 있다.

나아가 ‘임업주권’을 잘 실현하기 위해 임업인·산주 산림경영 및 조직체의 고도화다. 이와 관련해 독일 ‘숲산주연합’(WBV)을 모델로 들 수 있다. 산주들의 자발적인 협의체인 WBV는 다수가 5ha 이하로 파편화된 소규모 사유림 한계를 극복하고 시장과 정책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으로 부상했다. 목재 생산에서 공동 경영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소규모 산주가 고가 임업 기계를 구입하거나 전문적인 산림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WBV에 위임해 산주들의 의사결정을 대행해 목재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나아가 WBV는 숲길 개설, 고성능 임업 기계(하베스터, 포워더 등)의 공동 구매·임차도 주도한다. 임업인 역량 강화를 위해 ‘정기적인 산주총회’ 및 교육을 통해 최신 임업 기술을 보급하기도 한다.

이어 WBV가 공동 유통과 마케팅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가격 협상권을 갖는다. WBV는 산주들 연대로 공급처 역할 및 독점적 권한으로 대형 목재가공 기업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공급과 가격을 협상한다. 산불, 태풍, 병해충(딱정벌레 등)으로 인해 시장에 목재가 급증할 때 WBV는 상급 연합회와 협력해 공급량 조절 및 공동저장소 운영으로 목재가격 폭락을 막는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 임업정책 수립에서 이익대변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임업 관련 법제화 과정에서 WBV는 반드시 정부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되어 있다. 사유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에 반대하고 산주의 권익을 옹호하는 법안을 관철시키고 있다. 독일은 또 임업협의회(DFWR), 즉 산주뿐만 아니라 국유림 관계자(산림청), 학계, 임업계, 산림노동조합 등이 참여해 임업주권을 높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산림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금 지원이다. 독일은 “숲이 대중에게 제공하는 공익적 가치(탄소 흡수, 생물 다양성, 휴양 등)에 대해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임업철학이 확립되어 있다. 임업계가 나서 정부가 산림 생태계 서비스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 결정을 이끌어냈다. 일본은 국민 1인당 연간 1만엔을 산림환경세로 징수해 600억엔을 지역산림경제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와 유럽 산림최강국과의 가장 큰 차이는 독일 등 선진국에서 임업인·산주 연합체가 정당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 산림경영 생태학적 접근은 진보인 녹색당으로, 전통적인 지속성장 가능한 산림산업을 강조하는 세력은 기민당 등으로 양분되어 있다. 우리처럼 산림 자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고 산림최강국인 북유럽 핀란드나 중유럽 오스트리아에서는 정당 간 산림정책 대결이 치열하다. 산림이 74%인 핀란드는 집권한 중도당이 산림을 경제적 자원으로 활용하는 ‘지속가능한 임업’을 내걸고 국가경제를 위해 목재 생산과 바이오에너지 활용을, 반면 진보인 녹색연합은 산림을 생물다양성 보존과 탄소 흡수원 기능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호주, 태국 등에서는 단일 ‘산림당’이 존재하고 있다.

또 다른 독일 등 산림최강국과 우리와의 큰 차이점은 독일 정당들은 임업전문가 출신들 1~2명을 국회의원으로 영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녹색당 창당 멤버로 하원의원을 지낸 빌헬름 크나베가 정통 임업인 출신이고, 기민당에서는 헤르만 페르버를 들 수 있다. 알프스산이 있는 바이에른주 지역구에서 산주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또 선진국들은 숲에 대한 대국민 소통과 홍보도 적극적이다. 미국 공영방송 PBS는 ‘미국숲’ 프로그램, 즉 미국 전역 국·공유림 및 사유림 생태계와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고정 방송 프로그램 플랫폼을 운영한다. 유명 록밴드 롤링 스톤스의 피아니스트이자 임업인 척 리벨이 진행을 맡아 다양한 숲 이슈를 다루고 앱과 지역 채널을 통해 상시 스트리밍하고 있다. 한국은 숲 관련 고정 프로로 MBN이 방영하는 ‘나는 자연인이다’ 정도가 있다.

한국에 2028년 총선이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 정당이 600만명 산림관계 유권자를 두고 산림정책 대결과 더불어 이들을 대표하는 전문가를 국회의원으로 영입해 지지를 받기 바란다. 또 임업인과 산주들은 경영역량 및 조직 고도화·전문화를 통해 ‘임업주권’을 추구할 때다. 시청료를 받는 KBS(공영방송)의 고정 산림 프로를 기대해 본다. 레거시미디어 신문 역시 두달이 넘는 열대야 폭염시기에 숲 특별섹션 발간으로 숲 힐링, 레저, 웰니스 정보를 제공해 인기를 끌 수 있다. 새로운 대전환기에 부응하는 인식과 정책 변화를 기대한다.
 

김택환
숲칼럼니스트·국가비전전략가·미래전환정책연구원 원장으로 문명을 공부하고 있다. 독일 본(Bonn)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방문학자를 지냈다. 중앙일보 기자, 대학 교수를 거쳤다. <넥스트 포레스트- 신산림국부론> 등 20권 이상을 저술한 작가이자 국회·삼성전자 등에서 400회 이상 특강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