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장기금리 30년 만에 2.9%…'심리적 고비' 3% 넘본다

  • 10년물 장중 2.900%… 1996년 9월 이후 최고

  • 유가 상승에 물가 우려 재점화… BOJ 대응 지연 경계도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BOJ 본점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도쿄에 있는 일본은행(BOJ) 본점[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장기금리가 30년 만에 2.9%까지 올랐다. 중동 긴장이 재차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엔화 가치도 달러당 162엔대로 떨어지면서 물가 불안이 커졌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적극재정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뒤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겹쳤다. 초저금리에 익숙해진 일본 경제에 금리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9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지표인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가 장중 한때 전날보다 0.035%포인트 오른 연 2.900%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1996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최고치 경신은 5거래일째 이어졌다. 이후 오름폭을 줄여 오후 들어 2.8%대 후반에서 움직였다. 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뜻한다.

이날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계기는 중동 긴장 고조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이란과의 휴전이 “이제 끝났다”고 밝혔고,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에 대한 추가 공격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란도 호르무즈해협 재봉쇄 가능성을 시사했다.

6월 이후 커졌던 전투 종식 기대가 꺾이면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다시 상승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에서는 유가 상승이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물가가 오르면 고정 이자를 지급하는 국채의 투자 매력이 떨어져 매도세가 강해지고 금리는 오른다. 닛케이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8일 한때 4.59%대로 올라 5월 하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엔화 약세도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세라 아야코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수석이사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2엔대로 떨어지면서 수입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고, 이 같은 우려가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다카이치 정권의 재정 운영을 둘러싼 우려도 금리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닛케이는 정부가 지난달 말 마련한 경제재정 운영 기본방침 원안에서 지난해까지 담겼던 ‘재정건전화’ 문구가 빠진 점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정권의 적극재정으로 재정규율이 약해지고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이 국채 매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짚었다.

아사히신문은 기본방침 원안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견제하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원안에서 일본은행의 ‘적절한 금융정책 운영’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대목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정부를 의식해 금리 인상을 늦출 경우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는 ‘비하인드 더 커브’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요미우리신문도 재정 악화와 일본은행의 대응 지연에 대한 우려가 국채 매도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기우치 미노루 일본 경제재정상은 지난 7일 기본방침 원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두고 "정부의 취지와 다른 해석이며 오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논란이 된 문구를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닛케이는 장기금리가 심리적 고비인 3%에 다가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날 실시된 5년물 국채 입찰은 무난하게 끝났지만 이후에도 여러 만기의 국채에서 매도세가 이어졌다. 재정·금융정책의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이 만기가 긴 10년물 국채 매수를 꺼리는 만큼, 국채를 장기간 보유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금리인 ‘텀 프리미엄’도 줄어들기 어렵다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

세라 수석이사는 오랜 금융완화로 초저금리에 익숙해진 일본 경제가 과도한 금리 상승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행은 금융정책을 통해 물가 안정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더욱 분명히 하고, 정부는 재정정책에서 수지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제대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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