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의 빌드업] 또 엇갈린 희비…메시는 '2연패 도전' 호날두는 '조기 탈락'

  • 메시, 16강 이집트전서 1골 1도움 맹활약…극적인 역전승 견인

  • 대회 8호골 기록…득점 부문 단독 선두

  • 호날두, 16강 스페인전서 침묵…탈락 원흉 '혹평'

  • '마지막 월드컵' 언급…대표팀 은퇴는 아직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연합뉴스·로이터]
 
20년 넘게 세계 축구를 호령했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의 운명이 그들의 마지막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무대에서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아르헨티나는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이집트에 후반 34분까지 2골 차로 끌려가다 약 10분 만에 3골을 몰아치며 기적 같은 3대 2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대회 8강에 오른 아르헨티나는 월드컵 2연패이자 통산 4번째 우승을 향한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짜릿한 역전극의 중심에는 메시가 있었다. 0대 2로 밀리던 후반 34분 그는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려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만회골을 도우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다. 이어 4분 뒤인 후반 38분에는 직접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메시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곤살로 몬티엘이 내준 공을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2대 2 동점을 만들었다.

이날 1골 1도움을 올린 메시는 또 한 번 월드컵의 새 역사를 썼다. 이번 대회 8호 골을 터뜨리면서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엘링 홀란(노르웨이)을 밀어내고 득점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아울러 자신이 보유 중이던 월드컵 통산 득점(21골), 통산 공격포인트(30개), 최다 경기 연속골(9경기), 최다 경기 득점(16경기)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또한 축구 통계 전문 업체 옵타가 1966년 잉글랜드 대회 이후를 대상으로 산정한 월드컵 통산 어시스트 순위에서도 9개를 기록하며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8개)를 넘어 단독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사진연합뉴스·로이터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사진=연합뉴스·로이터]
 
메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팀은 항상 최선을 다해 경쟁한다. 절대 포기하거나 팔짱 끼고 물러서지 않는다"면서 "오늘도 투지와 자부심, 사랑,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증명했다. 우리 팀이 매일 이를 보여준다는 게 매우 행복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승리가 확정되자 메시는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대회에 남고 싶었다. 오늘이 끝이 되는 것도 집에 돌아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면서 "그 눈물은 안도감이었다. 0대 2로 뒤진 상황은 정말이지 끔찍했다"고 돌아봤다.

반면 호날두의 월드컵 여정은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포르투갈은 전날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뼈아픈 실점을 허용하며 0대 1로 무릎을 꿇었다. 이날 선발 출전한 호날두는 풀타임을 소화했으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채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경기 종료 후 호날두를 향해 혹평이 쏟아졌다. 크리스 서튼 영국 BBC 해설위원은 "할아버지처럼 경기장을 어슬렁거렸다. 그게 포르투갈이 탈락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한 BBC에 따르면 호날두는 스페인전 패배로 손흥민, 홍명보, 매튜 래키(호주), 안토니오 카르바할(멕시코)과 함께 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월드컵 본선 패배(8회)를 기록하게 됐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호날두는 그라운드에서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런 방식으로 월드컵을 떠나게 돼 슬프다. 나는 모든 것을 쏟아냈고 후련한 마음으로 떠나게 됐다. 그것이 축구 선수의 삶이다.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전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언급한 호날두는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선 생각할 시간이 아직 많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는 않겠다"라며 대표팀 은퇴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우승 도전과 조기 탈락이라는 두 선수의 엇갈린 행보는 마치 지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카타르 대회에서 메시는 7골 3도움이라는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아르헨티나에 36년 만의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아울러 대회 최우수선수(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까지 거머쥐었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연합뉴스·로이터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사진=연합뉴스·로이터]
 
반면 당시 호날두는 토너먼트 과정에서 주전 경쟁에 밀려나는 시련을 겪었다. 16강 스위스전과 8강 모로코전에서 모두 선발 명단에서 제외돼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호날두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가운데 포르투갈은 8강에서 짐을 쌌다.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월드컵 무대에서 남긴 성적을 비교해 보면 두 선수의 발자취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메시가 이끈 아르헨티나는 2014년 브라질 대회 준우승에 이어 2022년 카타르 대회 정상에 섰다. 또한 월드컵 무대에서만 숱한 득점과 공격 포인트를 쌓아 올리며 축구사를 새롭게 썼다.

포르투갈 역시 호날두라는 세계적인 공격수를 앞세워 메이저 대회마다 우승 후보로 거론됐으나 월드컵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호날두가 출전한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이 거둔 최고 성적은 그가 첫 월드컵 무대를 밟았던 2006년 독일 월드컵의 4강 진출이다. 이후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16강, 2014년 브라질 대회 조별리그 탈락, 2018년 러시아 대회 16강, 2022년 카타르 대회 8강에 머무르며 결승 무대에는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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