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만 받습니다"…홈플러스 파산 수순에 협력업체 '줄도산 공포'

  • "정부 금융지원보다 정상화 시급"

  • 하청업체까지 유동성 위기 확산

6월 오전 서울 성산동 홈플러스 월드컵점 전경 사진조현미 기자
6일 오전 서울 성산동 홈플러스 월드컵점 전경 [사진=조현미 기자]

'현금만 가능합니다'

6일 서울 성산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의 한 식음 매장 주문대에는 손글씨로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홈플러스에서 정산을 해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현금이나 계좌이체 결제만 받고 있다"고 했다. 다른 입점업체들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월드컵점에 입점한 의류 매장 두 곳은 이날 오전부터 철수 작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 수순에 들어가면서 협력업체와 입점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수억원대 대금 정산 가능성이 줄면서 협력업체를 넘어 하청업체까지 연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홈플러스와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납품·협력업체 4603곳 가운데 47%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홈플러스에 의존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상공인 150곳의 미정산금은 업체당 평균 7억7400만원에 달했다. 이 중 24.0%는 미정산액이 10억원을 넘어섰다.

홈플러스가 최종 파산할 경우 담보권이나 우선변제권이 없는 업체는 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기준 농산물·과일·축산·가공식품 분야 납품업체들의 미수금만 약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다른 품목까지 포함하면 전체 미정산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6월 오전 서울 성산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의 한 임대매장에 현금만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사진조현미 기자
6일 오전 서울 성산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의 한 임대매장에 '현금만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사진=조현미 기자]

정부는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 지원에 나섰다. 홈플러스를 주요 거래처로 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총 44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통해 긴급경영안정자금 900억원을 지원하고,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특례보증 3500억원도 투입한다.

그러나 협력업체들은 금융 지원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지속적인 경영을 위해선 대출 정책이 아닌 홈플러스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호소한다.

홈플러스와 거래가 전체 매출의 80%에 달한다는 의류업체 대표 B씨는 "정부 지원책은 또 다른 대출 발생인데, 이런 식으로 버티는 게 얼마나 가겠느냐"면서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를 계속 유지하고, 하청업체에 밀린 대금을 지급하려면 지금 남은 홈플러스 67개 지점이라도 정상 운영돼 정산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홈플러스 협력업체의 85.3%가 이번 사태로 원부자재 구입 대금·하도급 대금 지급을 제때 못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채권단 대표격인 메리츠금융그룹의 결단도 촉구했다. 홈플러스 협력업체 182곳은 지난 1일 성명서를 내고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수백개 중소협력사가 함께 도산하는 것은 물론 수만명의 직원도 일터를 잃게 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에 나서고, 메리츠도 즉각적인 긴급운영자금 대출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면서도 회생 가능성을 열어뒀다. 법원은 즉시항고 기간인 14일 이내에 홈플러스가 2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경우 회생절차를 다시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