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플랫폼 사업' 대기업 문호 개방… 중기 텃밭 '공공 SW' 흔들

  • 11개 시스템 통합해 규모 키우고 '민간 부적합' 예외 지정

  • 개별 발주 땐 중소·중견 몫이었는데...삼성 등 대기업 입찰 예고

사진코트라
[사진=코트라]


코트라(KOTRA)가 중소·중견 소프트웨어 업계의 텃밭으로 여겨져 온 공공 SW 조달 시장에 대기업 문호를 열었다. 210억원 규모의 'AI 무역투자 플랫폼 구축' 사업이 그 무대다. 삼성SDS 등 대형 SI(시스템통합) 업체의 입찰 참여가 예고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등을 이유로 정부 SW시장이 중소·중견에서 대기업으로 넘어가는 시장 재편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IT업계에 따르면 코트라는 지난 5월 15일 '코트라 지능형 무역투자 플랫폼 구축' 사업 제안요청서(RFP)를 공시했다. 총 사업비 210억원에 사업기간 30개월로, 무역투자24·바이코리아·인베스트코리아 등 분산 운영 중인 11개 시스템을 통합하고 고객데이터플랫폼(생성형 AI·LLM·RAG·CDP) 등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오는 7일이 제안서 마감이다.
 
논란의 핵심은 대기업 참여 허용 조항이다. '소프트웨어 진흥법' 제48조와 과기정통부 고시는 공공 SW사업에서 매출액 8000억원 이상 대기업은 80억원 이상 사업에만, 8000억원 미만 대기업은 40억원 이상 사업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한선을 두고 있다. 삼성SDS 같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제) 소속 회사는 한발 더 나아가 사업금액과 무관하게 입찰 참여 자체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국방·외교·치안·전력 등 국가안보와 관련돼 민간이 서비스하기 부적합한 사업'으로 인정받는 경우 등 예외에 한해 참여가 가능하다.
 
이 제도 아래에서 코트라의 무역투자24, 바이코리아 등 개별 시스템 구축·운영 사업은 그동안 건별 규모가 대기업 참여 하한선에 미치지 못해 중소·중견 SW 업체들이 수행해 온 영역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사업비를 210억원으로 키우면서 구도가 달라졌다. 여기에 본 사업을 '민간 부적합 사업'으로 분류해 예외 지정까지 받으면서, 일반 대기업은 물론 상출제 소속 대기업까지 입찰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코트라 관계자는 "기존 11개 시스템을 통합하고 AI를 도입하는 대규모·복잡한 사업이다 보니 과기정통부 기타보안 지정을 추진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어떤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대기업에 길을 열어준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예산 구조도 쟁점이다. 전체 사업비 210억원 중 올해 집행 예정인 39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72억원(약 82%)은 2027~2028년 예산으로, 아직 기재부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3년치를 묶어 단일 계약으로 발주됐다.
 
코트라 측은 "현재 기재부에 예산을 신청해 둔 상태로 승인이 나기 전이지만, 사업 규모 측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업이 갖는 상징성도 크다. 통합과 AI 도입을 명분으로 개별 사업을 묶어 규모를 키우면 대기업 참여 제한을 사실상 우회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어서다. 이 방식이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산될 경우 중소·중견 SW 업계가 지켜온 공공 조달 시장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중견 IT기업 관계자는 “수십의 중소·중견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정부 사업 수주를 위해 투자한 노력이 고스란히 대기업에게 넘어가게 생겼다”며 “AI 도입과 시스템 통합을 이유로 시장을 대기업에게 넘겨준다면 국내에 살아남을 IT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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