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리스크②] 대규모 과징금에 주가는 '출렁'…심사 끝나도 길어지는 소송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2동 공정거래위원회.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 상향 등 경제 형벌 강화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리스크도 심화하고 있다. 대규모 과징금이 회계에 곧바로 반영되는 만큼 상장기업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정 당국의 심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이에 불복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도 부담을 키운다. 장기간 소송전에 휩싸이는 만큼 기업들의 소송 리스크도 장기화되고 있다.

◆심사·제재 소식만으로 '휘청'… 투자심리도 곤두박질

공정위는 신고 또는 직권인지로 사건을 시작해 조사·심사, 심사보고서 송부, 전원회의·소회의 심의, 의결·처분 순으로 사건을 처리한다. 사건의 시작부터 소관 법률의 사실상 1심 역할까지 공정위에서 이뤄지는 구조다.

다만 공정위 조사와 제재 과정이 이뤄질 예정이라는 사실은 기업 주가와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네이버가 대표적이다. 2019년 공정위가 독점적 지위 남용 혐의와 관련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는 장 초반 약세를 보였다. 공정위의 최종 의결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투자자들은 이를 규제 리스크로 받아들인 셈이다.

제재 처분이 나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과징금이 부과되면 회계에 반영되는 만큼 상장기업들은 주가에 악영향을 입게 된다. 투자자로서는 당장 실적 악화로 보이는 만큼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

일례로 2024년 쿠팡의 자체브랜드(PB) 상품검색 조작 사건과 관련해 공정위는 14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통업계 역대 최대 수준이었으며 당시 주가는 20달러 초반대에서 10달러 후반대까지 하락했다. 개별 기업을 넘어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도 위축될 수 있다. 인쇄용지 담합 사건과 관련해 과징금 부과 소식이 알려진 뒤에는 제지업계 관련주가 동반 약세를 보인 바 있다.

최근 공정위가 'NDNC(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 기조를 보이던 심사보고서 송부 사실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의 리스크가 더욱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2월부터 이달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심사보고서 송부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심사보고서 송부 사실을 공개한 첫 사례였던 밀가루 가격 담합과 관련해서도 CJ제일제당 등 주가가 하락했다.
그래픽아주경제신문
[그래픽=아주경제신문]
◆수년간 소송 부담…법원에서 뒤집혀도 상흔 깊어

기업들 사이에서는 공정위 조사가 단순한 법률 이슈를 넘어 경영 전반에 대한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공정위 조사 소식이 알려진 뒤 심사와 제재, 행정소송 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심사 과정에서는 위법 판단이 나왔지만 법원에서 이에 대한 취소 판정이 나오는 사례도 많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이른바 '콜 몰아주기'와 관련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2023년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 앱을 사용하지 않은 기사에게 가맹금을 징수해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271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이에 대한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는 이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에서 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의 쇼핑 검색 알고리즘 사건도 비슷하다. 공정위는 2020년 네이버가 상품 검색알고리즘을 조정하면서 스마트스토어 상품을 더 많이 노출해 자사 상품을 우대했다며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네이버는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에 나섰지만 서울고법에서 적법 판정이 났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사건은 서울고법에서 파기환송심이 이뤄지고 있다.

사건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리스크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건 심의 이후 대법원 판단까지 이뤄지면 짧아도 2~3년간 공판 과정이 이어진다. 만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이 이뤄지면 사건은 더욱 장기화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종적으로 승소하더라도 수년간 이어진 주가 하락과 이미지 손실 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SPC 부당지원 사건, 농심 등 라면가격 담합 사건, 현대모비스 물량 밀어내기 사건 등도 법원에서 공정위 판단이 뒤집어진 바 있다.

여기에 최근 공정위가 최종 의결 전 심사보고서 송부 사실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도 기업의 부담을 키운다.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이 조사한 결과와 제재 의견일 뿐 위원회 최종 판단은 아니다. 그러나 송부 사실과 혐의 요지가 공개되면 시장에서는 이미 위법성이 인정된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심의에서 과징금이나 행정명령을 확정한 뒤 설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검토 단계인 내용을 대중에게 먼저 공개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기업이 3~5년 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주가와 이미지에 남은 상처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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