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내렸는데 기름값은 그대로...정부, 석유 최고가격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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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중동 전쟁 이전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 인하에 나서기로 했다. 중동 사태 당시 급등한 기름값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했던 가격 통제 장치를 국제유가 하락 국면에 맞춰 조정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2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분을 국내 판매가격에 보다 신속히 반영하기 위해 석유 최고가격 인하 폭 등을 검토하고 있다. 제도 도입 취지였던 민생 물가 안정을 이어가기 위해 주유소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는 석유류 가격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 조정을 포함한 보다 과감한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해가야 한다"고 주문하며 민생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유가 수준은 전쟁에 대비해 내려온 상황이라 어느 정도 최고가격 자체를 내릴 유인이 있다고 보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 조정을 검토하는 것은 국제유가가 빠르게 안정됐는데도 국내 소비자가 체감하는 기름값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중동 긴장 완화와 원유 공급 우려 해소로 전쟁 직후 급등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다만 25일(현지시간)에는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 해역을 지나던 화물선이 공격받은 것으로 의심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히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58달러(2.25%) 오른 배럴당 71.92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8월물 브렌트유도 1.52달러(2.06%) 상승한 배럴당 75.26달러를 기록하며 5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상승이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단기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며 국제유가의 전반적인 안정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국내 주유소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6일 9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6.19원, 경유는 1997.26원으로 여전히 200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소비자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 것은 재고 반영 시차 때문이다. 정유사와 주유소는 통상 2~3주 간격으로 제품을 공급받아 기존 고가 재고를 먼저 판매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가 설정한 석유 최고가격도 공급가격 인하 속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석유 최고가격은 지난 3월 27일 조정 이후 휘발유 리터(ℓ)당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으로 약 3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유가 급등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했지만 국제유가가 안정된 현재는 국내 가격 하락 속도를 제한하는 기준선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이날 오후 석유 최고가격 인하 폭 등을 담은 7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고시할 예정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석유 최고가격을 현행 수준에서 인하하지만 석유류 소비자 가격이 안정화될 때까지 (제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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